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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력이 곧 국방력"…전문연구요원 개편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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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림원 토론회 이어 31일 4개 과기원 공동토론회 개최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전문연구요원(이하 전문연) 제도 폐지 움직임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열린 '전문연구요원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국방부가 '대체복무 감축 불가피'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하자 과학기술계의 제도 폐지 반대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KAIST·GIST·DGIST·UNIST 등 4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은 31일 오후 KAIST 대전 본원에서 ‘전문연구요원제도 혁신을 위한 4개 과기원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날 토론회에서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은 ‘특례와 특혜사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전문연은 특혜가 아닌 특례로서 병역면제가 아닌 엄연한 대체복무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개인이나 개별적 병역특혜 시비가 터질 때마다 대체복무 축소 목소리가 높아지고 전문연 제도까지 덩달아 폐지 논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AIST 등 4개 과기원이 31일 전문연구요원제도 혁신을 위한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KAIST 제공]

김 교수는 "전문연 제도의 정체성은 병력 확보 차원의 국방인력정책을 넘어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비롯해 국가 인력·인재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정책적 가치에 기반한 것이며 전문연 제도로 인한 경제산업적 효과나 우수인재 유입효과는 이미 여러 정책연구에서 잘 밝혀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연 폐지 운운하는 것은 무엇보다 전문연 제도의 근본적 목적과 가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기훈 GIST(광주과학기술원) 안보과학기술센터 교수는 "과학기술력이 곧 국방력이고 안보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안보정책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생활방식을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이며 "군사력 외에도 재난, 범죄, 환경변화 등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국가의 번영에 위협 없는 상태를 달성하는 포괄안보의 개념에서 볼 때 안보정책은 과학기술정책에 의해서 뒷받침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연 제도의 존속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과학기술계의 집단이기주의라는 시각이 있으나 분명한 사실은 과학기술 인재를 대하는 오늘의 태도가 국가의 내일을 결정한다는 점"이라며 "국가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 활용하는 가장 지혜롭고 합리적인 선택"을 촉구했다.

지난 22일 한림원 토론회 이후 열흘도 안돼 4대 과기원이 결집한 것은 실제로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과기원 학생모집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대구, 광주, 울산 등 지역 과기원이 정착한 것은 과기원에 입학하면 거의 대부분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전문연 제도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소영 교수는 특히 일반 자연계 대학과 과기원의 선발방식 차이와 관련해 "각 지역에 소재한 4대 과기원은 서울로 갈 수 있었던 우수인재를 지역사회에 확보해 척박한 지역의 혁신경제 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하라고 만든 것인데 이를 문제삼는다면 국가 균형발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AIST 김소영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이 31일 오후 KAIST 대전 본원에서 열린 ‘전문연구요원제도 혁신을 위한 4개 과기원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KAIST 제공]

교육부 소관의 일반대학 자연계 대학원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서울대 자연계열(이학·공학·의학) 대학원생 모집이 사상 처음으로 동시미달 사태가 발생한 것도 전문연 제도 문제가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곽승엽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는 지난 22일 한림원 토론회에서 "지난해 서울대, 포항공대, KAIST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박사과정 진학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대답이 80%였다"면서 "자연계 대학원이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지난 3월 취임 당시부터 전문연 제도 문제해결을 핵심 의제중 하나로 내세운 바 있다. 한민구 원장은 30일에도 기자에게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폐지가 아니라 확대로 가야한다. 현재 적체된 인원을 해소하려면 정원을 최소 200명은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2일의 한림원 토론회에서 이인구 국방부 인력정책과장은 “인구감소 추세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형평성과 병역자원 부족을 고려할 때 대체복무의 감축은 불가피하다”고 말하면서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개편을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이 과장은 오히려 "국방과학기술 발전과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제도의 불확실성에 기인한 학생들의 불안 문제에 대해서는 여기 계신 과학계 원로들도 함께 져야 한다"고 말해 과학기술계와의 시각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전문연구요원제도는 병역자원의 일부를 국가과학기술의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기 위해 지난 1973년 KAIST를 병역특례기관으로 선정하면서 시작된 제도다. 이후 점차 대상을 확대 적용해 현재 국내 이공계 대학은 물론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교육·연구성과를 창출하는 원동력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2019년 기준 전문연구요원은 2천5백명으로 4개 과학기술원에 400명, 일반 자연계 대학원에는 600명이 배정돼 있다.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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