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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미세먼지 '대란' 文 정부 '탈원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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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기후변화 큰 몫, 대기정체 속 中 미세먼지 유입이 원인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미세먼지 '포비아'가 한반도를 휩쓸었다. 특히 기관지, 폐 등 인체 깊숙이 침투하는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1일부터 연 6일 연속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연일 미세먼지 경보가 국민들의 일상 속 최대 관심사였다.

불쾌한 연무로 가득한 대기는 그 자체로 국민들의 건강을 심대하게 위협하는 안보 위기라 불릴 만하다. 3월 초는 물론 올해 1~2월은 유독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심각했다.

서울의 경우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해 평균 31㎛(마이크로미터)에서 37㎛로 증가했다. 초미세먼지 농도 '나쁨'의 기준이 36㎛ 이상이다. 최고치도 129㎛로 지난해 88㎛보다 크게 상승했다. '나쁨' 이상 일수도 23일로 지난해 19일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2일 초미세먼지 주의 경보가 내려진 서울특별시 여의도 일대 모습.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가시거리가 제한적이다.
2일 초미세먼지 주의 경보가 내려진 서울특별시 여의도 일대 모습.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가시거리가 제한적이다.

여러 모로 '최악'이다. 범국민적인 불안감을 넘어선 공포감은 미세먼지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까지 불러오고 있다.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새삼 반중국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미세먼지 대란을 불렀다는 보수 야당의 불만이 연일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번 미세먼지 대란의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중서태평양 '이상고온' 한반도 대기흐름에 '치명타'

예년보다 심각한 미세먼지 대란의 원인으로 최근 조사에서 기후변화가 거론되고 있다. 올해 1~2월의 대기정체가 예년보다 두드러지면서 미세먼지 사태가 더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쉽게 말해 전년보다 바람이 약한 데다 비나 눈까지 덜 오면서 미세먼지를 날려보내지도, 씻어내리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기상청이 분석한 1~2월 기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필리핀 동부 해상 또는 괌·사이판이 위치한 중서태평양의 기온 상승이다. 이 지역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0.8℃ 높다는 것인데 이상기후 관찰지역인 동·서태평양의 엘리뇨·라니냐 감시수역보다 더 높은 고온대를 유지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발생한 상승 기류가 북상하면서 한반도 일대에서 하강기류로 전환, 국내에 유입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1~2월 특징적으로 나타나야 할 시베리아 일대 찬공기의 유입이 원활하지 않았다. 겨울철 불어닥쳐야 할 북쪽 계절풍이 그만큼 약했다는 것이다.

올해 1~2월 중서태평양의 기온이 크게 상승하면서 따뜻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 대기흐름을 방해한 현상이 미세먼지 대란의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미지=기상청]
올해 1~2월 중서태평양의 기온이 크게 상승하면서 따뜻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 대기흐름을 방해한 현상이 미세먼지 대란의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미지=기상청]

한반도 이북 찬공기와 한반도 이남 아열대의 따뜻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상공 10km 부근 제트기류는 예년이면 한반도 아랫쪽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 지역에서 예년보다 윗쪽에 형성됐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시베리아의 찬공기와 아열대의 따뜻한 공기의 경계지점인 제트기류가 이번 겨울엔 유독 우리나라 북쪽에 형성된 것이 특징적"이라며 "그만큼 따뜻한 공기의 영향으로 기온이 높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얘기는 미세먼지를 한반도 바깥으로 밀어낼 바람과 미세먼지를 씻어낼 비구름이 그만큼 형성되기 어려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1~2월 평균 기온은 0℃로 지난해 -2.9℃보다 크게 높았으며, 강수량은 23.8mm로 전년 38.1mm보다 37%정도 적었다.

정작 중국으로부터의 미세먼지 유입은 이어졌다.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시내 대기측정 결과 황산염은 1월 같은 기간보다 4.6배, 스트론늄은 11.1배, 바륨은 4.1배, 마그네슘은 4.5배 증가했다. 이들은 연소 시 발생하는 산화물이다.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의 정월대보름 폭죽놀이로 다른 대기오염물질과 함께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해석된다. 편서풍을 타고 직접 국내로 유입되는 중국 베이징, 선양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2월 평균 52㎛, 71㎛로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초미세먼지 '나쁨' 일수도 각각 24일에서 32일, 41일에서 47일로 증가했다.

국내에선 예년보다 심한 대기정체가 나타난 가운데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미세먼지는 증가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내 미세먼지 가운데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는 대략 40~5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상예보를 참고하면 북동풍이 발달하면서 서울 중북부 지방부터 초미세먼지 농도가 옅어지기 시작했다. 7일 초미세먼지 농도는 27㎛로 9일 만에 '보통' 수준을 회복했다. 바람의 세기가 강해지면서 주말을 기해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도 눈에 띄게 약해졌다. 그만큼 이번 미세먼지 대란이 한반도 기후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보수 야당, 탈원전이 석탄발전소 늘렸다는데···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의 경우 이번 미세먼지 대란을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연결짓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가 전체 발전시장에서 원자력 발전소의 비중을 줄인 결과, 전력 부족분을 미세먼지 배출 주원인인 석탄·가스 등 화력발전소 운영을 늘려 충당했다는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화력발전소 가동 증가를 따지기 전에 우선 원전 가동 현황을 살펴보자. 현 정부가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확정한 시기는 2017년 10월이다. 3월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은 23기로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가 설계수명 만료로 가동을 중단했다.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4~6호기 등 건설 중인 원전들을 감안하면 2030년까지 국내 가동 원전은 28기로 증가한다. 이후 원전들의 본격적인 설계수명 만료 도래와 신규 원전 건립 중단으로 전체 발전설비상 원전 비중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실제 '원전 제로'에 도달하는 시점은 2060년 이후다.

그 때문에 당장의 전력수급은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노후 원전의 중단과 일부 정비계획으로 전체 발전설비 운영에서 운전의 비중은 근소하게 감소했다. 화력발전소의 경우 근소한 증가에 그쳤다.

전력거래소의 발전설비 현황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소는 지난해 12월 기준 월성 1호기의 폐쇄로 전년보다 1기 줄어든 23기다. 발전용량은 2천185만kWh로 전체 20.7%다. 24기가 운영된 같은 해 1월보다 0.7% 감소한 수치다.

발전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한국전력 자회사 가운데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59기, 3천412만kWh로 동일했다. 전체 발전용량 비중은 32.4%다. LNG발전소도 103기 1천543만kWh, 14.6%로 동일했다.

민간 시장에서도 석탄화력발전소가 119만kWh, 전체 비중 1.1%로 동일했다. 가스화력발전소의 경우 131기, 2천191만kWh에서 2기 증가한 2천239만kWh를 기록했다. 원전 가동은 물론 화력발전소 가동 자체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의 집계로 석탄발전소 미세먼지 배출량은 2014년 3만4천814톤에서 지난해 2만2천869톤까지 30% 감소했다. 가동시간 감소와 함께 미세먼지 차단을 위한 집진 설비 증설이 이뤄진 결과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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