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빌딩에 자리한 삼성전자의 '얼굴'이자 공식 홍보관인 '삼성 딜라이트(이하 딜라이트)'에 첫 발을 내딛으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TV가 있다. 104인치에 달하는 '커브드TV'다. 디스플레이 양옆이 살짝 구부러져 정면에서 보면 몰입감 있는 화면을 즐길 수 있다.
이 제품이 첫 출시된 것은 지난 2014년이다. 출시된 지 5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큰 TV이니만큼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커브드TV'를 뒤로 하고 딜라이트 안쪽으로 들어가 전시물을 관람하다 보면 문득 궁금한 점이 떠오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강력하게 밀고 있는 '8K QLED TV'가 없다는 점이다. 왜 '8K QLED TV'는 전시하지 않았을까.
딜라이트에는 모두 3대의 TV가 있다. 하나가 앞서 언급한 104인치 커브드TV고, 나머지 2개는 2017년 하반기 출시된 88인치, 65인치 2018년형 '4K QLED TV'다. '8K QLED TV'는 지난해 8월 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IFA2018'에서 최초 공개됐고 한국에는 11월 출시됐다. 국내 출시 4개월이 됐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전시된 TV를 바꾸지 않고 있다.
물론 딜라이트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8K QLED TV'를 볼 수 있는 곳은 많다. 전국 곳곳의 삼성전자디지털플라자, 롯데하이마트·전자랜드 등 가전양판점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한국전자전과 지난 2월 개최된 일명 '한국판 CES'에서도 삼성전자는 부스에 '8K QLED TV'를 전시했다.
그러나 판매 공간이 아닌 '체험' 공간에서 '8K QLED TV'를 구경하지는 못한다. 고객들이 8K TV의 화질을 자유롭게 체험할 기회가 제한됐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가전제품 판매점들이 체험 위주로 공간을 꾸미고 있지만, 고객으로서는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8K TV의 화질을 마음껏 감상하려면 어느 정도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며칠 동안만 제품을 선보이는 전시회에서만 8K TV를 경험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딜라이트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수원 본사에 있는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SIM)'에도 8K TV를 비치하지 않았다. 이곳 역시 지난해 비치한 '4K QLED TV'가 전시된 TV 중 가장 화질이 좋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8K QLED TV'의 압도적인 화질에 대해 홍보하면서, 정작 자사의 대표적인 체험관에는 '8K QLED TV'를 비치하지 않는 것이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 바로 전시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라며 "제품이 나온 지 수개월이 지났는데 전시품 업데이트가 아직 안된 것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딜라이트의 경우 TV뿐만 아니라 냉장고, VR기기, AP, SSD 등 전시품 상당수가 2018년 초, 혹은 그 이전에 출시된 제품들이다. 스마트홈 체험이나 가상현실(VR) 체험 등을 하기에는 별다른 부족함이 없지만, 기왕이면 최신 기술이 집약된 신제품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반해 빠른 제품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품목은 모바일 기기다. '갤럭시 S10' 시리즈는 언팩 행사 직후인 지난달 21일 오전부터 딜라이트에 체험존을 마련했다. 태블릿PC와 스마트워치 역시 최신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지난달 21일 기자가 이곳을 방문하니 십여명 정도의 관람객들이 새로 나온 '갤럭시 S10'을 체험하고 있었다. 다만 지난 23일부터 일부 갤럭시 스튜디오에서 5세대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갤럭시S10 5G'의 체험도 가능한데, 딜라이트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딜라이트는 서울 중심가에 있는 삼성전자의 얼굴답게 하루에도 수많은 관람객들이 오간다. 지난해 1월 개관 10년 만에 누적 방문객 500만명을 넘어섰으며, 하루 평균 관람객이 1천900명에 달한다. 전체 방문객의 절반 이상이 해외 관람객일 정도로 폭넓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전세계 사람들에게 삼성전자의 기술이 집약된 최신 제품을 소개하고 체험하도록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인데, 전시품의 업데이트가 늦어 이 같은 효과가 다소 빛이 바랜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딜라이트는 다양한 체험에 초점을 맞췄고, SIM은 전자산업의 역사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며 "8K TV 등 신제품은 삼성디지털플라자 등에 가도 충분히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즉 신제품을 빠르게 배치하는 것보다 '체험'이라는 애초 조성 목적에 맞게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신 제품 체험을 아쉬워하는 목소리 역시 작지 않다. 한 관람객은 "매장에서 쉽게 제품을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체험 목적으로 공간을 마련했다면 최신기술을 보여주고 체험하도록 신제품을 빠르게 전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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