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우리가 맞이하게 될 미래의 변화는 그 형태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한합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상황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 만큼, 롯데 역시 기존의 틀과 형태를 무너뜨릴 정도의 혁신을 이뤄 나가야 합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한 '2019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 구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며 참석자들에게 이 같이 주문했다.
이날 신 회장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 그 형태와 경계를 가늠할 수 없는 미래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인 '대상무형(大象無形)'을 인용하며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이날 사장단 회의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계열사 사장단, BU 및 지주 임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과 계열사 사장단을 포함한 경영진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해 상반기 사장단 회의 이후 1년 만이다.
신 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매년 두 차례 사장단 회의를 진행해왔으나, 지난해 2월 구속수감되면서 같은 해 7월 진행된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회의는 황 부회장이 주재했다.
롯데는 2018년부터 매년 상반기 사장단 회의는 모든 계열사가 모여 그룹의 새해 목표 및 중장기 성장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로, 하반기 회의는 사업군별로 모여 각 사 현안 및 중기 전략을 공유하고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성장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개최된 상반기 회의에서는 올해 전망 및 중점 과제, 미래 사업환경 변화 및 대응방향,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전략 방향 등이 논의됐다. 아울러 최근 롯데에 디지털 전문가로 채용된 인력들이 롯데의 현 주소와 발전 방향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토크 콘서트를 마련해 실질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청취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는 다가올 사업환경 변화에 대한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 아래, 지속성장을 위한 전략 수립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신 회장은 각 사의 대표이사들에게 "5년, 10년 뒤 어떠한 사회가 될 것인지, 우리 회사는 그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회사가 될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며 "이를 위한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지, 고객·시장의 변화와 경쟁사에 대한 대응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신 회장은 "만일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면 심각한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각 사별로 즉각적인 실행을 촉구했다.
성장전략 수립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신 회장은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 신 회장은 "최근 그룹 내 투자가 시기를 고민하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일시적인 투자만 하는 등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며 "신격호 명예회장님은 매출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하고 있는 사업도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하고, 투자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부진 사업에 대한 합리화 작업도 언급했다. 신 회장은 "침체된 기업의 대명사였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뉴 비전을 발표한 이래 과감한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BT)과 부진사업 합리화를 통해 지난해 말 글로벌 시총 1위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우리도 혁신을 계속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성장이 가능한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며 "사업 합리화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시장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의 변화도 강조했다. 신 회장은 "미국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한 '혁신자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리의 혁신 속도, 고객 니즈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여부, 후발주자의 전략과 그 영향도를 늘 체크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 회장은 선도기업의 산업을 파괴하고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있는 '산업 파괴(Industry Disruption)' 기업들을 언급하며 "우리도 기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더 공격적인 전략으로 먼저 새로운 영역을 찾고 기존 플레이어를 제압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가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의 실행도 촉구했다. 신 회장은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롯데는 IT 투자율도 더 높여야 하고 투자 분야도 한정적"이라며 "롯데만의 자산인 빅데이터와 오프라인 매장, 물류 인프라 등을 확장해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는 혁신을 지속하고 사업 간 시너지를 창출한다면 DT에 기반한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신 회장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인재에 대한 투자 확대와 일하는 문화 혁신을 당부했다.
신 회장은 "소극적으로 현실 안주에 빠지는 순간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과감히 도전하고 변화하는 문화를 만들어달라"며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통해 사회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고 주문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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