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국민연금이 총수 일가의 배임·탈세·갑질 등의 물의를 일으켜 기업가치를 훼손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칼날을 겨눈 가운데, 조양호 회장 일가를 비롯해 대한항공의 침묵과 불안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열린 올해 첫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의지를 밝혔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11.56%)이자, 한진칼(7.34%)의 3대 주주이다.
대한항공과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 여부는 내달 최종 결정된다. 국민연금은 민간 전문가 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최종 주주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들은 대다수 진보 성향으로 국민연금에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주주권 행사가 최종 결정되면 국민연금은 3월 열리는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대표이사의 연임 반대, 사외이사 선임과 해임 등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한진칼과 한진의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 역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에 나선 바 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해는 국민연금이 수탁자 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논의가 수탁자 책임 이행의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국민연금은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예상되는 국민연금과 KCGI의 공세로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일가의 입지가 불투명한 가운데, 한진 총수 일가의 갑질·폭력·배임·횡령·탈세 등의 수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어 대한항공의 추후 영업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투자보고서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총수 일가의 불법과 폭행 등의 혐의에 대한 수사로 기업 이미지 저하와 추후 영업활동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알렸다.
조양호 회장의 차녀 조에밀리리(조현민)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의 경우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으나, 이 이슈로 여론 악화, 기업 이미지 훼손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인하대 부정 편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교육부가 지난해 7월 편입학과 졸업 취소를 요청했다. 인하대는 이미 1998년에 진행된 교육부 감사 결과를 뒤집은 것으로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하는 부당한 처사임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외국에서 사들인 물건을 반입하면서 세관에 신고하지 않거나 개인 용도 물건을 법인용으로 반입하는 등의 혐의로 관세청 인천세관본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특수상해와 상해, 특수폭행,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상습폭행, 업무방해, 모욕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이 전 이사장은 불구속기소 한 상태다.
조양호 회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도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와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법에 해당 사건을 송치했다. 27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지난해 11월 26일 10분만에 끝났으며, 이달 28일 오후 5시 2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투자자들에게 총수 일가의 사건들로 인해 대한항공과 계열회사의 기업 이미지 저하 위험 등이 존재하며, 판결 결과에 따라 법적인 절차가 진행된다면 대한항공 영업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총수 일가가 빠짐없이 수사 또는 의혹 선상에 오른 치명적 리스크 이외에도 대한항공은 기업의 안전성, 채무부담, 신용도와 직결되는 다수의 소송이 피고인의 신분으로 진행 또는 계류 중이다.
우선, 국내에서는 ▲전직 부기장이 부당해고로 인한 손해배상 및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 ▲운항승무원 교육훈련비 부당이득금 및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 ▲LG 그룹사의 유류할증료 담합 손해배상청구소송(원고들이 주장하는 손해가 존재하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가 논의되는 단계) 등이 진행 중이다.
해외에서는 ▲캐나다 여객 민사집단소송(2007년 8월 이후 계류 중) ▲영국 화물 유류할증료 담합 손해배상청구소송영국(런던고등법원에서 소송 계류 중 원고들의 손해 여부와 손해액 감정 단계) ▲네델란드와 독일에서 화물 유류할증료 담합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각각 1건씩 남아있다.
법조계와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종결된 소송 이외에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송은 언제든지 재무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소송이 이어지면 영업외비용이 증가하고, 변동성이 높아져 회사 자체에 대한 신용도가 하락할 수 밖에 없으며 소송금액은 부채(손실)로 잡히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신용평가회사 3사(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는 2013년 이후 대한항공의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사업환경, 재무안정성과 계열회사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속적으로 낮췄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신용등급 'A(안정적)'에서 2017년 12월 'BBB+(안정적)'로, 나이스신용평가는 'A(stalble)'에서 지난해 3월 'BBB+(stable)'로, 한국기업평가는 'A-(안정적)'에서 지난해 6월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김서온 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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