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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심재철 전 국회 부의장의 특수활동비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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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불과 3개월 전의 일이다. 참여연대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국회의 특수활동비(특활비) 지급 내역을 공개했다. '특수활동'이 어떤 측면에서 '특수'하다는 것인지 설명하기란 참 애매하다. 적어도 국회에선 그 구체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영수증이 굳이 필요 없는 특별예산 정도로만 이해된다. 받는 사람이 알아서 잘 쓰면 되는 돈, 그래서 '주머니'라는 단어의 옛날 말로 통칭 '쌈짓돈'이라고 불린다.

참여연대가 그 집행 내역을 국회사무처로부터 공개받기까지 무려 3년이 걸렸다. 정권교체의 영향? 그것과는 전혀 무관하다. 참여연대가 2015년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공개토록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마지못해 국회가 집행 내역을 공개한 것이다. 참여연대의 20대 전반기 국회 특활비 정보공개 청구를 둘러싼 국회와의 소송전은 지금도 또 다시 반복되고 있다.

특활비를 다시 거론한 이유는 최근 들어 가장 '핫'한 여의도의 한 인사 때문이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특활비 수령 의원 명단을 살펴 보니 '심재철'이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그렇다. 요즘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면서 사실상 이번 정기국회 여야 대결을 상징하는 인물로 부상한 직전 국회 부의장,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대표적 중진 의원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11년~2013년 국회 비상설 특별위원장의 몫으로 총 32명에게 14억4천만원의 특활비가 지급됐다. 심 의원은 당시 '국무총리실 산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15회에 걸쳐 9천77만4천190원을 받았다.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등 인권침해방지 특별위원장'으로선 1회에 한해 701만2천900원이다. 도합 1억원에 가까운 큰 돈이다. 수령액을 기준으로 비상설 특위 위원장 가운데 당당히 '톱3'에 들어간다.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에 대해 당시 심 위원장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는 굳이 따지지 말도록 하자.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방지와 인권보호를 위해 무슨 기여를 했는지도 마찬가지 따지지 말도록 하자. 국회 특별위원회들 중에서 소리 소문 없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마는 곳이 한 두개가 아니다.

심 의원은 당시에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 여론이 따가웠던 것 같다. 2013년 결국 특활비를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특활비는 여전히 심 의원의 부담으로 남는다. 참여연대가 추진 중인 20대 국회 특활비 집행내역 공개의 주요 대상이라서다. 심 의원이 전반기 국회 부의장으로서 특활비 6억원을 받았다는 폭로는, 엉뚱하게도 한국당에서 나왔다. 그 주역은 바로 김성태 원내대표다.

국회사무처가 대법원의 결정으로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기로 하면서 바야흐로 특활비가 여의도 정치권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던 지난 7월. 김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본인의 사퇴를 촉구하던 의원들 중 하필이면 심재철 의원을 집중 겨냥했다. "국회 부의장 시절 6억원의 특활비를 받았으면서도, 의원들에게 밥 한번 사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는 김 원내대표가 6·12 지방선거 참패로 인한 당 쇄신을 추진하면서 심 의원을 비롯한 당내 다수 의원들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던 때다. 김 원내대표의 이 갑작스러우면서도 듣기 민망한 비판은 결과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더 문제가 될 만하다.

심 의원과 그 보좌진은 최근 기획재정부 산하 재정정보원의 재정정보시스템에서 청와대 비서실과 안보실, 경호실 등 37개 기관 47만건의 자료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 의원의 해명처럼 재정정보원의 관리부실에 따른 합법적 수집인지, 검찰의 인식대로 비인가 자료에 대한 무단 열람과 불법 다운로드인지는 앞으로 법원이 결론 내릴 것이다.

심 의원은 이 자료들이 문제가 되자 그 중 청와대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일부를 매우 '디테일' 하게 공개했다. 청와대 직원들이 예산집행 지침상 금지된 평일 심야 시간대와 주말 및 공휴일에 2천72건, 2억4천594만7천80원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호프집, 주막, 이자카야 등 술집에서도 총 236건, 3천132만5천900원이 쓰였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청와대 직원들은 지난해 5월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올해 8월까지 '봉x비어', '하x트 클래스', 'x라우드 비어스테이, 맥주x고' 등 호프집에서 1천300만1천900원어치를 주문했다. '푸x주막', '천안x거리주막', '내x주가' 등 막걸리집에서 691만7천원을 사용했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청와대 직원들과 파견 경찰들이 목욕탕에서 이용한 6만6천원, 1인당 5천500원의 결제 금액도 문제가 됐다. 참으로 꼼꼼하면서도 상세한 폭로다. 1천원, 100원 단위까지 놓치지 않았다.

이런 폭로가 가능한 이유는 비록 사용처를 두고 논란은 있을지라도 영수처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재정회계 부서의 관리에 따라 그 사용내역이 시스템에 등록, 언제든 다시 조회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쯤 해서 물어보자. 신 의원은 과연 본인이 지급받은 특활비의 사용 내역을 어느 정도까지 증빙할 수 있겠는가. 자그마치 6억원이라고 했다.

더구나 의혹제기의 당사자는 지금 신 의원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하며, 거꾸로 앞장서 대여 투쟁 중인 김성태 원내대표다. 지금 공개하지 않더라도 조만간 20대 전반기 국회의 특활비 집행 내역이 공개될지 모른다. 대법원이 이미 2011년~2013년 특활비 공개에 대한 전례를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심재철 사건'은 현재 정기국회의 가장 긴급한 현안으로 부상했다. 당장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다가올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밀어냈다. 소상공인 몰락, 고용부진, 부동산 폭등 등 보수 야당이 줄곧 제기해온 현 정부에 대한 경제책임론도 뒤로 밀려났다. 양승태 사법부에서 이뤄진 희대의 '재판거래' 사태마저 뒷전이다. 더구나 곧 국정감사 시즌이다. 제1야당의 존재 이유가 드러나는 중대한 시기다.

심 의원은 국회 부의장을 역임한 5선 의원이다.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수도권 내리 5선이다. '중진 중의 중진'으로 자유한국당만이 아닌 국회의 중진이기도 하다. 그런 심 의원이 모든 현안들을 밀어내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래서 묻는다. 본인은 과연 봉x비어 얼마, 목욕탕 얼마 식으로 특활비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겠는가. 심 의원이 이번 재정자료 획득의 정당성으로 내세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말이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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