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방송의날 축하연에 등장해 "불필요한 방송규제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지상파방송의 콘텐츠가 가진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길 바란다는 차원에서다.
공교롭게 며칠 뒤 지상파방송사들을 회원으로 둔 한국방송협회는 중간광고를 허용해달라는 성명을 내며 무엇이 가장 불필요한 방송규제인지 짚었다. 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요즘 대통령과 지상파 방송의 묘한 행보다.
데이비드 이스턴이라는 캐나다의 정치학자는 정치를 '권한적 가치배분'이라고 정의했다. 권위를 통해 희소가치를 배분하는 게 정치라는 말로 해석된다.
또 자원의 희소성이 커질수록 정치적 중요성도 커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방송은 태생적으로 정치성을 띤다.
방송은 전파라는 희소자원을 정부의 허가를 받은 사업자에게 사용하게 하고, 제작과 편성뿐만 아니라 방송의 내용에도 규제를 가한다. 또 방송은 정권의 대국민 소통수단으로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과거 방송이 정치선전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고, 지금도 정치적 중립성 논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흥미로운 것은 이 희소성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지상파방송에만 매달리지 않고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를 찾아 즐기고 있다.
와이즈앱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이들은 유튜브 시청에 총 333억분을 소비했다. 1년전에 비해 42%나 늘어난 수치다. 2위는 199억분을 차지한 카카오톡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모든 연령대에서 유튜브가 1위를 기록했고, 심지어 50대 이상이 3040대 보다 유튜브를 더 오래본다는 것이다. 유튜브의 월간 실사용자를 약 3천만명으로 보면, 국내 시청자들은 하루에 대략 57분씩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본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지상파방송의 일일 평균 시청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를 보면 지상파방송채널의 일일 평균 TV 시청시간은 2012년 108분에서 2016년 89분으로 약 18% 줄었다. 유튜브와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변화 때문에 OTT도 일반 방송처럼 제도권에 포함시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인 OTT를 방송으로 규정, 통합방송법을 만들어 규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OTT 규제 배경이 기존 방송의 영향력 감소를 상쇄하기 위한 차원은 아니길 바란다. 기존 방송과 달리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가치를 제공하는 뉴미디어가 필요한 시대이고 혁신적 시도는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변화다.
시청자의 선택권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채널의 다양성은 결국 방송의 독립성을 이뤄낼 새로운 가치가 될 수 있다. OTT 규제는 보다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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