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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돋보기] '2014 악몽'…이통3사 순차 영업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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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살펴보는 이동통신 연대기 #21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 1세대(1G)부터 5세대통신(5G) 도입기까지 한눈에 살펴보는 이동통신 연대기를 연재 중입니다 -

LTE 시대에 진입하면서 이통 3사의 마케팅 경쟁은 날로 치열해졌다.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리는 통에 중하위 제조사 및 외산업체들은 줄줄이 국내 시장에서 퇴출(?) 당했고, 마치 도깨비 시장을 연상시키는 영업점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혼란만 더 가중시켰다.

이통3사의 마케팅 경쟁이 극에 달하면서, 결국 정부도 이를 뿌리뽑기 위한 극약처방에 나섰다. LTE 시대에 진입한지 3년만인 2014년 국내 이통 시장의 일대 큰 변화를 불러온 '순차 영업정지'가 그 결과다. 이 영업정지는 이후 단말기유통법 등과 연결되면서 경쟁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주요한 단초가 됐다.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014년 3월 과도한 불법보조금을 지급 중단 명령을 어긴 이통 3사에 시정명령 불이행을 근거로 최소 45일 이상의 영업정지를 실시할 것이라 선언했다.

다만, 역대 가장 긴 영업정지이기에 그에 따른 방식 논의가 계속됐다. 우선적으로 방통위가 제안한 2개사 동시 영업정지가 유력했고, 신규가입과 기기변경 등을 어디까지 풀어줄 지가 관건이었다. 자칫 이통 3사 영업정지로 휴대폰 대리점까지 피해가 확산될 수 있는데다, 이에 따른 소비자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하성민 SK텔레콤 사장과 황창규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을 비공개로 만나 제재 방안과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 CEO는 최소 45일 영업정지를 이견없이 받아들이고 통신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황 회장은 "보조금 근절없이 국내 IT산업은 미래가 없고, 우리나라 보조금 경쟁이 부끄럽다"고 말했으며, 이 부회장 역시 "보조금 경쟁 근본은 점유율 경쟁 문제로 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하 사장은 "보조금을 국민 편익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국내 제조 3사 역시 직격탄을 맞을 게 불보듯 뻔한 것. 당시 LG전자는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2월에 'G프로2'를 출시했고, 팬택은 '베가아이언2'로 수익성 개선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하릴없이 출시일을 미뤄야 할 처지였다. 삼성전자도 영업정지 기간 내 '갤럭시S5'를 내놔야 할 판이었다.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유통 대리점과 판매점도 난색을 표했다. 보조금 과열 경쟁의 주체는 이통사인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이 뒤집어 쓰게 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통사의 유통 대리점과 판매점이 모인 전국이동통신협회는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영업정지 처분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래부는 결국 2014년 3월 7일 이통 3사에 각각 45일간의 사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그야말로 이통 시장의 암흑기가 도래한 셈이다. 3월 13일부터 5월 19일까지 순차적으로 영업정지가 실행됐다.

이 기간 중 오직 하나의 이통사만이 영업이 허용됐다. SK텔레콤은 3월 13일부터 4월 3일까지 정상영업을 진행하고 이후 5월 19일까지 45일간 영업이 중단됐다. KT는 3월 13일부터 4월 26일까지 45일간 영업을 중단하고, 4월 27일부터 영업을 속개했다. LG유플러스는 그 중간인 4월 5일부터 4월 26일까지 정상 영업을 실시하고 전후로 영업이 정지됐다.

미래부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으나,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방통위는 보조금 출혈경쟁을 야기한 이통 3사 중 주도사업자를 가려내 다시 철퇴를 내렸다.

방통위는 2014년 1월 2일부터 13일까지 위반율과 위반평균 보조금, 정책 반영도 등 5가지 평가지표로 벌점을 부여했다. LG유플러스가 93점, SK텔레콤 90점, KT는 44점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주도사업자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을 지목하고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래부가 제시한 45일간의 영업정지 이외에 LG유플러스는 14일의 영업정지를 더해 총 59일간, SK텔레콤은 7일을 부과받아 총 52일간 영업정지를 받아들여야 했다. 다만, 영업정지 시점은 45일간의 영업정지 이후에 시점을 잡기로 했다.

2014년 3월 13일 순차 영업정지가 시작됐다. 대신 대리점과 판매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신규 가입자 모집만을 금지됐다. 가입 신청서 접수 또는 예약모집 행위만 금한 것. 가개통 또는 기존 이용자의 해지신청을 신규 가입자에 대한 명의변경 방법으로 전환하는 행위도 막았다. 제3자를 통한 일체의 신규가입자 모집행위도 불허했다.

기기변경은 가능했으나 휴대폰이 24개월 이상인 경우에만 해당됐다. 이외 요금납부나 요금제 변경, 결합상품 가입, 부가서비스 신청 등의 일상적인 서비스는 변함없이 이용 가능했다.

영업정지는 이통3사에게는 재앙이었으나 한편으로는 기회가 됐다. 오직 한 이통사만 영업할 수 있었던 만큼 이 시기를 잘 이용해야 했다. 그 선봉은 삼성전자 '갤럭시S5'가 맡았다. 같은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4에서 첫 공개된 갤럭시S5는 글로벌 출시일이 4월 11일로, 국내도 이날 판매가 예정돼 있었다.

4월 11일 갤럭시S5의 출시로 인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곳은 LG유플러스였다. 이 시기에 유일하게 정상 영업이 가능했던 때문이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SK텔레콤이 돌연 3월 26일 갤럭시S5를 조기 등판시킨 것. SK텔레콤 입장에서는 4월 3일부터 5월 19일까지 영업을 하지 못했기에 갤럭시S5 출시를 손 놓고 봐야하는 상황이었다.

SK텔레콤의 갤럭시S5 조기등판은 삼성전자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출시일을 어긴 셈인 것. 게다가 당시 삼성전자 IM부문을 이끌고 있던 신종균 부회장은 갤럭시S5 조기 출시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못박은 상태였다.

삼성전자는 즉각 유감을 표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이통사들과 갤럭시S5 조기출시를 협의하지 않았으며, 조기출시 강행은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초도물량으로 전달받은 갤럭시S5를 먼저 푼 것으로 추정된다.

예상대로 영업정지 기간 번호이동 시장은 반토막 났다. 영업을 재개한 이통사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가입자 유치에 힘썼다. 영업정지 사업자는 기기변경에 대한 프로모션을 통해 가입자 방어에 공을 들였다.

2014년 5월 19일 총 68일간의 영업정지가 종료됐다. 불법보조금을 뿌리뽑기 위한 강도높은 조치였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영업정지 기간에도 불법 사전예약이나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 사례가 지적됐고, 후반기로 갈수록 효력이 떨어지는 양상도 있었다. 특히 이통사와 달리 유통점과 제조사, 소비자들의 피해가 컸다는 지적도 나왔다.

순차 영업정지를 겪은 이통 시장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또 다시 과열 경쟁 양상을 보였다. 예전보다 더 대담하고 기민하게 움직였다. 실례로 이통3사 순차영업정지가 끝난 후 일주일도 안돼 LG전자 G3가 출시와 함께 소위 '공짜폰'으로 전락했다. 보조금만으로 무려 100만원 가량이 지급된 탓이다. 이를 두고 인터넷상에서는 '마이너스폰'이라는 단어까지 유행했다.

방통위는 이같은 사례를 파악하고, 이통3사 마케팅 임원들을 소집해 경고를 주는 등 시장 안정화에 노력했으나, 영업정지 기간을 보상받으려는 시장의 움직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연재] 한눈에 살펴보는 이동통신 연대기

1부. 카폰·삐삐, '모바일'을 깨우다 2부. 이통 5강 구도 'CDMA·PCS'의 시작 3부. 이통경쟁구도 '5→3강' 고착화 4부. 'IMT2000' 이동통신 '음성→데이터' 전환 5부. 도움닫기 3G 시대 개막, 비운의 '위피' 6부. 아이폰 쇼크, 국내 이통판을 뒤엎다7부. 3G 폰삼국지 '갤럭시·옵티머스· 베가'8부. 이통3사 LTE 도입기 "주파수가 뭐길래"9부. SKT로 촉발된 3G 데이터 무제한10부. LTE 초기 스마트폰 시장 '퀄컴 천하'11부. '승자의 저주' 부른 1차 주파수 경매12부. 4G LTE 도입 초기, 서비스 '빅뱅'13부. 'LTE=대화면' 트렌드 중심에 선 '갤노트'14부. LTE 1년, 주파수 제2고속도로 개통15부. 음성통화도 HD 시대…VoLTE 도입16부. 이통3사 'LTE-A' 도입…주파수를 묶다17부. 역대 가장 복잡했던 '2차 주파수 경매'18부. 과열 마케팅 논란 '광대역 LTE-A'19부. 2배 빠른 LTE-A, 킬러콘텐츠 고심20부. LTE 1년만에…스마트폰 3강 체제 확립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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