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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비용] 이명희 회장, 신세계 미래 누구에게 맡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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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정유경, 경영 시험대 올라…이명희 회장 지분증여 속도 높일 듯

재계가 3~4세로 경영승계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재계의 승계 작업을 지켜보는 눈이 많아졌다. 정부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그룹에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들도 재계의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계 4위인 LG그룹이 4세의 경영승계 과정에서 1조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납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그룹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경영승계가 이뤄지거나 예상된 그룹을 중심으로 승계 비용을 산출하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편집자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신세계그룹이 '남매 분리 경영'으로 가닥을 잡고 3세 경영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에는 활발한 경영 행보를 보였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달리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그림자 경영'을 펼치며 신세계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2015년 말 인사에서 정유경 당시 부사장이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남매 분리 경영 체제가 본격화됐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2015년 말 '정용진=이마트', '정유경=신세계' 체제를 유지하며 서서히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를 필두로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식품·편의점 등의 사업을 맡고 있고, 정유경 총괄사장은 신세계백화점·면세점·패션 등의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신세계家 3세 경영 가시화…지배구조 개편 작업 속도

신세계그룹의 3세 경영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정용진 부회장이 1995년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정 총괄사장은 이듬해 그룹 경영에 본격 합류했으나, 오빠인 정 부회장에 비해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일각에서는 '은둔형 경영자'로 불렀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이마트 분할 전인 1997년 말 신세계 지분율이 각각 1.55%, 0.97%에 불과했다. 그러나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1998년 신세계 지분 50만주를 정 부회장에게 증여하며 신세계의 본격적인 승계 작업이 진행됐다. 이후 아버지인 정재은 명예회장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 지분 7.81%를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에게 각각 4.40%, 3.41% 증여했다.

이후 신세계그룹은 2011년 대형마트 사업 부문인 이마트를 인적 분할하며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재계에서는 이때부터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남매 분리 경영' 구도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2016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장내 매매'를 통해 각각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남매 경영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당시 정 부회장은 신세계 지분 72만203주를 정 총괄사장에게, 정 총괄사장은 이마트 지분 1천203주를 정 부회장에게 넘겼다. 이를 통해 정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과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은 각각 9.83%가 됐다.

신세계그룹은 남매의 지분 맞교환 후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냈다. 식품과 마트 사업을 정 부회장이 총괄하도록 신세계백화점은 프리미엄마켓과 스타슈퍼 도곡점 등 4곳을 1천297억원에 이마트에 넘겼다. 또 신세계프라퍼티(스타필드) 지분 10%도 모두 이마트에 넘겼다. 이마트가 신세계프라퍼티 지분 100%를 모두 보유하게 되면서 종합쇼핑몰 사업을 키우려는 정 부회장에게도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대신 정 총괄사장은 최근 정 명예회장에게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150만주를 증여받으면서 패션 사업 강화에 탄력을 받게 됐다. 올해 4월 말 지분을 증여 받게 된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 개인 지분율이 0.43%에서 21.44%로 늘면서 신세계(45.76%)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증여는 정 총괄사장의 취임 3년차를 맞아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남매 경영 체제 본격화…"경영능력 검증 중"

현재 '남매 경영 체제'가 유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상당한 데다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만큼, 경영권을 둘러싼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눈치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회장이 보유한 신세계·이마트 지분이 누구에게 증여되느냐에 따라 경영승계의 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신세계·이마트 주식을 각각 18.22% 보유해 개인 최대주주 자리에 있는 이 회장이 조만간 지분 증여 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두 남매 중 경영성과가 더 좋은 이에게 지분을 몰아줄지, 계열분리에 더 힘을 실어줄지에 대한 부분은 이 회장의 결정인 만큼 아직까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과 달리 이 회장이 지분 증여를 계속 늦추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남매에 대한 경영 능력 검증이 아직까지 덜 끝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전까지 정 부회장의 통합경영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정 총괄사장이 취임한 후 최근 정 부회장보다 경영능력을 더 과시하고 있는 상태로 앞으로 어떻게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2016년 지분 맞교환 후 신사업 확대를 통해 각 사업부문별 매출 규모를 키우며 경영능력을 검증받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정 부회장은 분리경영 구축 후 지분 정리를 통해 이마트를 비롯해 복합쇼핑몰, 푸드, 편의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 계열사와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조선호텔 등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는 것에 비해 지난해 이마트 실적은 신세계에 비해 저조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8.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0.3% 줄었다. 반면 신세계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30% 이상 늘어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했다.

여기에 정 부회장이 신성장동력을 삼고 있는 복합쇼핑몰 사업과 편의점 사업은 아직까지 투자 단계로 적자 상태에 놓여 있으며, 복합쇼핑몰 규제와 편의점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사업 확장에 부담도 있는 상태다.

반면 정 총괄사장은 그동안 패션·화장품·백화점·면세점 등의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백화점과 면세점 외에 패션업체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톰보이, 화장품 업체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등을 이끌고 있다.

신세계의 100% 자회사인 신세계DF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기며 면세점 업계 3위로 올라섰고, 신세계가 지분 45.76%를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의류와 생활용품에 이어 화장품 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 총괄사장은 정 부회장에 비해 그동안 존재감이 작았지만 2016년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비추는 등 본격적으로 경영보폭을 넓히며 그룹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며 "'남매 경영'이 공고화되는 분위기지만 이 회장이 아직까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경영권을 둘러싼 두 남매간의 불꽃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거액 상속세 부담…지배력 약화 우려

재계에서는 이명희 회장의 나이가 올해 만 75세로 후계 작업 속도를 점차 높여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남매 경영이 안착된 분위기지만 아직까지 후계 정리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이 회장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 일가 남매가 '선의의 경쟁'을 벌이게 된 원동력이 이 회장 지분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 회장이 두 사람의 경영능력을 좀 더 검증한 후 지분을 조금씩 증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의 후계 정리 작업은 '증여세'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명희 회장이 정 부회장과 정 사장에게 지분을 증여하고 세금은 물납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증여세 등으로 지배력이 크게 약화될 우려가 있어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증여받은 금액이 30억원을 초과하면 해당 금액의 50%를 증여세로 내야 한다. 현행 증여세에 따르면 1억원 미만은 10%, 1억~5억원 미만은 20%, 5억~10억원 미만은 30%, 10억~30억원 미만은 40% 등 증여 액수에 따라 차등 부과한다.

앞서 신세계는 지분 증여 시 적법한 절차에 맞게 증여세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006년 5월 당시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세계는 법에 따른 납세를 통해 떳떳하게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며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의 세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지난 2006년 아버지인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당시 6천870억 원 상당의 신세계 주식 147만 주를 물려받았고, 이듬해 3천500억 원의 증여세를 주식으로 현물 납부했다. 이 탓에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최종 지분율은 약 2%씩 줄었다.

최근에는 정 총괄사장이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150만주(지분가치 1천905억 원)를 증여받으면서 다음달 말까지 증여세를 적법한 절차에 맞게 납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증여세는 증여일 기준 전후 60일의 평균 주가를 낸 후 정해질 예정으로 약 950억 원 가량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정 총괄사장이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 등을 담보로 대출 받아 5년간 분할해 납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만약 남매가 이명희 회장이 보유 중인 신세계(지분가치 7천428억원)와 이마트 주식(지분가치 1조2천268억원)을 모두 증여받게 되면 증여세로 7천억~8천억 원 가량을 또 내야 한다. 이 경우 신세계그룹에 대한 오너가의 지배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특히 이마트 지분을 물려받을 것으로 보이는 정 부회장은 이마트의 지분가치가 높은 만큼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의 상장 계열사인 광주신세계를 자금줄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 부회장은 광주신세계 최대주주로 지분 52.08%를 보유하고 있으며,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지분 증여 시 정 부회장이 광주신세계 지분을 정 총괄사장에게 넘기는 작업도 함께 진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남매가 경영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증여세 마련에 따른 부담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회장의 지분 증여가 급격하게 이뤄지진 않을 것 같다"며 "실적 개선 효과 등을 보면 남매 책임경영 체제 유지에 이변은 없어 보이지만 이 회장이 시간을 두고 경영능력을 검증하며 조금씩 지분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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