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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기업 디폴트 사태, '일파만파'…증권가 줄줄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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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투자증권 등 5곳 법적대응 불사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중국 에너지회사인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회사가 발행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디폴트(원금 불이행)로 국내 증권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를 주관했던 한화투자증권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손실 이후 또 한 번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됐다. 금융당국은 ABCP를 인수하고 판매한 증권사들을 소집해 소명 절차를 밟는 등 사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CERCG의 역외 자회사인 CERVG오버시즈캐피탈가 발행하고 CERCG가 보증한 3억5천만 달러 규모의 채권이 최근 만기 내 원금 상환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이 지급보증한 달러화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금정제십이차가 발행한 ABCP의 채무 불이행 위험도 커졌다.

이 ABCP는 지난달 초 한화투자증권의 주도로 SPC인 금정제십이차가 발행했다. 발행규모는 6개월 만기물과 1년 만기물 등 총 1천646억원으로 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이 1천35억원, 중계사로 참여한 이베스트증권이 각각 611억원을 인수했다. 두 증권사는 ABCP 전량을 셀다운(Sell-down) 방식으로 기관들에게 매도했다.

현대차투자증권이 500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를 매입했고 ▲BNK투자증권(200억원) ▲KB증권(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 순이었다. 이들 증권사가 사들인 ABCP는 다시 자산운용사로 팔렸다.

리테일 시장에선 ▲부산은행 신탁(200억원) ▲KB증권 리테일(200억원) ▲KTB자산운용(200억원) ▲골든브릿지자산운용(60억원) 순으로 익스포저를 나타냈다. 이 상품을 펀드에 편입한 자산운용회사도 펀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힐 처지인 셈이다.

발행 당시만 해도 ABCP의 등급은 'A2'였다. 나이스신용평가와 서울신용평가의 산정 결과였다. 그러나 발행 20일 만에 이 두 신평사는 나란히 ABCP의 등급을 'C'로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자회사인 CERVG오버시즈캐피탈의 원금 불이행으로 신용평가 등급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발행사인 한화투자증권은 CERCG와 채무조정, 담보설정 등 협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스신평과 중국 현지 실사도 예정돼 있다. 문제는 CERCG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ABCP에 투자한 국내 증권사들이 올 2분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SPC의 자산관리자인 한화투자증권이 채무 보증인인 CERCG와 채무조정 또는 담보설정 등 협의를 통한 회수를 시도 중"이라면서도 "회수 가능성도 일부 있지만 투자 증권사들은 올 2분기 중 상당규모의 손실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피해 증권사 5곳은 신용평가사가 ABCP를 사전에 실사했는데도 부실 가능성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발행 주관사는 물론 신용평가사에게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ABCP 매입을 약속했던 기관투자가에도 약속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묻겠단 입장이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 후 한 달도 안 돼 디폴트가 됐는데 이는 리스크가 큰 중국 채권이 ABCP란 이름으로 국내에서 버젓이 투자된 사례"라며 "주관사와 신평사들의 행보를 지켜보겠지만 현재로서는 손해배상 청구 또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 관계자를 소집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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