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하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것이 아닌, 정의선 회장의 회사 세습을 강화하는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16일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방안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열고, 현대차그룹이 3월 발표한 출자구조 재편 추진방안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적정성 평가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은 정의선 부회장의 세습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공정위가 나서 단지 형식적인 지배구조 변화가 있다고 해서 이 개편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은 정부 규제 당국으로서 매우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현재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은 글로비스에 가장 많다. 너무 작게 회사를 쪼개면 지주회사 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에 최대한 지주회사 규제를 회피하는 선에서 나눠 세습 체계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2조 제2항 개정 또는 관련 지침을 마련해 지분법 또는 공정가치법으로 자회사 주식가액을 평가하게 함으로써 지주회사 규제회피를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3월 말 현대차가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공정위 측은 "현대차가 자발적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푼 데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한다"면서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현대의 노력에 대해 좋게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방안에 대해 "총수 일가는 주식 교환에 따르는 약 1조3천억 원의 양도소득세액 납부만으로 지주회사 규제 회피와 향후 자회사 소유 지분 규제 강화 시 추가 부담완화 등의 편익을 취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홍순탁 회계사는 "주식회사 간 합병비율 산정에서 법에 따른 방법을 준수했다는 것이 합병비율 승인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라면서 "전체회사 기준시가에 따른 총 가치를 산정한 후, 같은 방법에 따라 산정된 두 부문의 가치를 기준으로 그 총 가치를 배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분할법인 가치의 계산방법이며,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이번 분할합병비율 산정에 사용한 꼼수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현대차그룹은 이번 분할합병에 대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외국 의결권 기관들이 대다수 반대하는 것도 현대차그룹이 시장에 설득력 있는 설명이 안 됐기 때문"이라면서 "일감 몰아주기로 얻은 혜택을 공유하겠다든지,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겠다든지 이런 형태의 반성 조치가 나왔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 변호사는 "어느 기업이든 총수 일가가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지배주주나 총수 일가가 특수 목적을 위해 경제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견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29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에 이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까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행보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한편, 이날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일부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간섭과 경영권 위협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경영권 방어수단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공동 호소문을 발표했다.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도 "이번 분할합병은 모비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필수적"이라면서 "미래기술 확보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수 없다"는 발표문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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