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가족의 퇴진을 촉구하는 2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12일 오후 7시30분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제2차 가면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광고대행사 상대 물벼락 갑질 논란이 발생 된 이후 자발적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들은 지난 4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1차 집회를 연 바 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한 관리자는 이날 집회에 앞서 "단체 대화방을 개설한 지 3주가 지났다. 조 회장 일가의 갑질과 불법, 비리가 만연한 대한항공을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그 어떤 단체의 개입 없이 1차 촛불 집회까지 마무리 했다"면서 "이번 2차 촛불 집회를 앞두고 조 회장 일가의 퇴진과 불법행위를 처벌하는데 부족함을 느꼈다. 앞으로 조직을 구성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각 사정기관과 국회 관계자들의 도움과 협조를 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대한항공 직원 이외에도 진에어 등 한진 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함께 참석했다. 촛불집회 주최 측은 이날 1천500명에 이르는 계열사 직원들과 시민들이 집회에 참석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최 측은 참석자들을 위해 비옷 1000개와 가면 200개를 준비했다.
이른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집회 시작 30분 전부터 벤데타 가면을 쓴 직원들이 하나둘 서울역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촛불집회 시작 시간이 되자 가면을 쓴 직원들과 시민 등 약 300여명이 금세 모여들었다. 지난 1차 집회보다는 적은 수로 추산되지만 시간이 갈수록 굵어지는 빗줄기에도 집회참가자들은 조금씩 더 늘어났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알려진 박창진 전 사무장과 전문 MC가 사회를 맡았다. 집회는 유의사항 안내와 구호 선창·복창에 이어 당일 참석자들의 자유발언, 땅콩 주머니 터뜨리기, 공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조 회장 가족을 둘러싼 갑질 논란을 비판하면서 "물러나라 조씨일가 지켜낸다 대한항공", "갑질자매 조현아, 조현민 추방하라", "조씨 일가 욕설 못참겠다", "근로여건 개선해 인간답게 일 좀 하자", "조씨 일가 간신배들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무대에 올라 자유발언 한 참석자는 "조양호는 퇴진하라. 이명희는 깜빵가라. 조현아는 땅콩까라. 조원태는 공부해라. 조현아는 미국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앞으로 개최될 촛불집회에도 꼭 나와서 힘을 보태서 조씨 일가를 물리치자"고 의지를 다졌다.
뒤이어 올라온 한진 계열사 직원은 "대한항공에서 고위직에 있던 모 사장이 계열사 사장으로 발령받아 왔다"면서 "계열사 사장 발령 이후 자기편을 만들고 입맛대로 새 부서를 신설하거나, 원래 있던 부서를 없애는 등의 칼질을 해대 너무 억울하게 실직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면서 "낙하산 인사들 역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지나가던 걸음을 멈추고 집회를 20분여간 바라본 50대 한 시민은 "역 내로 들어가 기차를 기다리려다 집회를 보게됐다"면서 "저 직원들이 오죽하면 이 날씨에 나와 울부짓겠냐. 내 자식, 내 가족 그 누구의 일이 될 수 있어 더 마음이 쓰인다. 응원한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총수 가족의 갑질 논란과 밀수·탈세 의혹, 필리핀 가정부 불법 고용 의혹 등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사면초가에 놓인 상태다.
경찰은 물뿌리기 갑질 의혹과 관련해 조현민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수사도 진행중이다.
관세청은 한진 총수 가족의 관세포탈과 밀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관세청은 조 회장 자택과 방화동 전산센터 등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참고인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집회는 집회 시작 2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주최측은 2차 촛불집회를 마치고 논의를 통해 내일 오전 중으로 새로운 대응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한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집회와 관련해 딱히 내놓을 공식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김서온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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