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한화 일감몰아주기 현장조사…경영권 승계에 영향?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그룹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김승연 회장 아들 삼 형제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한화S&C에 그룹 차원의 부당한 일감몰아주기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면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공정위와 한화그룹 등에 따르면 공정위 기업집단국 소속 직원들은 지난 12일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본사를 비롯해 한화S&C, 한화건설, 한화에너지 등 6개사다.

특히 공정위는 IT서비스 계열사 한화S&C에 초점을 맞췄다. 한화는 지난해 9월 일감몰아주기 의혹 해소를 위해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50%,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삼남 김동선 씨가 각각 25%씩 지분을 보유한 한화S&C를 에이치솔루션(존속법인)과 한화S&C(신설법인)로 물적분할했다.

아울러 한화는 분할사인 현 한화S&C의 일부 지분(44.6%)을 사모펀드인 스틱 인베스트먼트에 넘겼다. 결국 삼 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한화S&C의 지분 구조는 에이치솔루션(55.4%)과 스틱인베스트먼트로 양분하는 구조로 변경된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한화의 이같은 조치를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에 한정한다. 계열사의 자회사(손자회사) 간의 거래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번 물적분할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던 한화S&C에 대한 총수일가의 직접 지분은 사라졌다. 하지만 삼형제는 여전히 100%의 지분으로 에이치솔루션을 보유하면서 한화S&C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한화 측은 물적분할을 통해 경영구조 투명성을 제고하고 스틱에 지분매각 등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달 "직접 지배에서 간접 지배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대기업 집단의 소유지배 구조 개편 사례에서 한화를 제외했다.

◆김승연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영향?

재계에서는 한화S&C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삼 형제의 ㈜한화 지분율이 확대돼야 한다. ㈜한화는 핵심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그룹 전체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달 기준으로 ▲한화케미칼 35.8% ▲한화건설 95.2% ▲한화호텔앤드리조트 50.6% ▲한화테크윈 32.6% ▲한화생명보험 18.1%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김동관 전무는 ㈜한화의 지분 4.44%를, 김동원 상무와 김동선 팀장은 각각 1.67%만을 보유하면서 그룹 지배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한화S&C를 키운 뒤 기업공개를 통해 아들에게 지분상속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화는 한화S&C를 통해 신성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화S&C의 기업가치는 지난 2010년 1천342억원에서 현재 1조원 가량으로 무려 10배 이상 상승했다.

한화S&C가 ㈜한화 지분을 매입하거나 한화S&C와 ㈜한화가 합병하면서 한화그룹 전체 지분율을 높여 승계할 가능성도 있다. 에이치솔루션(舊 한화S&C)이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은 한화에너지(100%) 한화큐셀코리아(9.97%) ㈜한화(2.1%), 드림플러스프로덕션(99%) 등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조사로 경영권 승계작업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 측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조사는 과거 진행된 조사가 이어지는 것으로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라며 "경영권 승계작업과는 전혀 무관하고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