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한국을 비롯한 주요 철강 수출국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강력한 수입규제안을 발표하면서 철강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업계는 지난 17일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앞서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 제출했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수입품에 대해 관세 부과나 수입량 제한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철강수입이 안보에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하며 ▲한국을 비롯한 브라질·중국·코스타리카 등 12개국에 53% 관세 적용 ▲모든 국가에 24% 관세 ▲국가별 대미 수출액 2017년의 63%로 제한 등 3가지를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1일까지 상무부 제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시장에선 즉각 반응이 나타났다. 세아제강과 휴스틸,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주가 일제히 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세아제강은 19일 전 거래일보다 5.10%(4천900원) 하락한 9만1천200원에, 휴스틸은 4.64%(700원) 하락한 1만4천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들 기업의 부진한 흐름은 21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아제강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1.43%(1천300원) 하락한 8만9천700원, 휴스틸은 전 거래일보다 1.76%(250원) 하락한 1만3천950원까지 떨어졌다. 동국제강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46%하락한 1만850원으로 장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정작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빅2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외국인 매수 속에 힘입어 양호한 주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포스코는 지난 19일 외국인이 7만여주 매수하면서 전 거래일과 같은 36만3천500원에 장을 마쳤다. 21일에도 외국인이 3만5천여주를 사들이면서 36만4천원에 마감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이같은 미국의 무역공세에도 비켜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출 시장과 수익구조를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대형 철강업체는 지난 2016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자 즉각 수출 제품을 다변화하고 미국 수출 비중을 3~4%로 낮췄다.
반면 세아제강과 휴스틸 등은 미국 시장의 비중이 높다 보니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에 대한 국내산 강관 의존도는 66%가량이다. 특히 세아제강은 지난해 매출액 2조2천899억원 중 25%가량이 미국 시장에서 나올 만큼 의존도가 심하다.
정부가 현재 취할 수 있는 대응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뿐이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효성마저 보장하기 어렵다. 무역확장법232조 발동에 대한 고려 자체가 이미 WTO의 철강제품 무관세 원칙에 반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미국은 WTO 제소를 무시할 것으로 보여 실효성이 크지 않다.
결국 국내 철강업계가 나아갈 방향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처럼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것뿐이다. '계란을 한 판에 모두 담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위험이 자칫 현실이 될 경우 손실이 커져 회상조차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주식투자의 기본 격언을 다시 새겨 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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