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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살균제' 과징금 고작 1억원…'기업처벌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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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형도 1억5천만원 벌금에 불과…피해자 울분만 커져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사람 목숨이 1억원이 될 수 있나요. 평생 호흡기를 달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과징금이 고작 1억원이라뇨."(강은 가습기살균제천식피해자모임 대표)

공정거래위원회가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에 1억3천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한 지난 12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2011년 첫 조사 후 7년 만의 공정위 제재를 반가워하면서도 터무니없이 적은 과징금에 또다시 가슴을 부여잡았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와 "피해자에게 깊은 사죄 말씀을 드린다"며 "집단소송 지원 예산을 활용해 소송비용 일부를 지원하거나 재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법적 테두리 안에서 피해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사과했지만 이들의 울분을 끌어안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미 1천308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상흔을 안고 살기 때문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한국환경보건학회가 환경부의 의뢰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대상 1천228명이 사용한 가습기살균제 2천690개를 조사(중복응답 가능)한 결과, 애경 제품이 36.5%, 이마트가 27.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SK케미칼이 살균제 원료를 공급한 제품은 86.1%에 달했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이 부담하는 과징금은 SK케미칼 3천900만원, 애경 8천800만원, 이마트 700만원에 불과하다. 표시광고법상 해당 상품 매출액의 2%까지만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최대 부과율을 적용했으나 가습기살균제 판매단가가 낮다보니 총 매출액(3사 합산 73억원)도 작아 과징금이 적게 나왔다고 부연했다.

이마저도 늘어난 수치다. 2012년 공정위가 옥시레킷벤키저와 홈플러스를 검찰에 고발했을 당시엔 과징금 최대 부과기준율이 1%에 불과해 옥시는 5천100만원, 홈플러스는 100만원, 버터플라이이펙트('세퓨' 제조사) 는 81만원을 내는데 그쳤다. 문제는 옥시 사태를 미뤄봤을 때 피해자들의 허탈함을 더욱 커질 것이란 점이다.

작년 초 서울중앙지법은 이들 기업에 허위광고와 관련해 법정 최고형인 1억5천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SK케미칼과 애경은 공소·처분시효와 위해성 여부 등 앞선 기업들보다 산적한 과제가 더 많아 법적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지만, 이들이 형사적 책임을 지게되더라도 1억5천만원을 더 내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처벌하는 법안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뿐인 탓이다. 지난해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됐으나, 오는 4월 법 시행 후 처음으로 공급하는 제조물부터 적용돼 가습기살균제 사건엔 해당되지 않는다.

즉, 이들은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책임이 아니라 제품을 허위·과장 광고한 것에 대해서만 처벌받고 있다. 최대 과징금 부과율이 2%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만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사회적 참사를 일으킨 기업을 처벌할 법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수년째 제기되고 있으나 국회는 묵묵부답이다. 대표적인 법안인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4월 발의한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역시 국회 계류 중이다.

이 법은 사업주와 경영자에게 ▲사업장과 시설 이용자에 대한 위험방지 ▲사업장에서 취급·생산·판매·유통 중인 원료·제조물의 위험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겨 사람이 죽거나 상해를 입으면 형사 처벌 받는 게 골자다. 만약 경영자가 위험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하는 경우 전년도 수입액의 10분의 1 범위에서 벌금이 가중된다.

이미 영국·캐나다 등에서는 인명사고에 대한 경영책임자와 기업의 형사 책임을 묻는 '기업살인법'을 도입한 상태다. 가습기살균제 논란으로 많은 법과 제도가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피해자들의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기업의 안전의무 위반으로 똑같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처벌법을 강화해야 할 때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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