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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S 국가표준 적외선 방식 제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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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ETCS(톨게이트 자동 요금징수 시스템) 국가표준(KS) 규격으로 적외선 방식을 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식 절차를 거쳐 국가표준 규격으로 제정되긴 했지만 제정 시기와 절차 등을 놓고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ETCS 국가 규격에서 제외된 무선주파수(RF) 업계만의 지적은 아니다.

정보통신분야 단체표준과 국가표준(한국정보통신표준, KICS)의 담당 부처인 정보통신부도 이번 KS 규격 제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이번 국가표준 제정은 무선주파수 방식을 지지하고 있는 업체가 적외선(IR) 방식을 채택한 업체의 조직적인 필드테스트 방해 혐의를 들어 검찰에 고발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왜 KS 규격 제정 서둘렀나

산자부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지난 9월 삼성SDS 컨소시엄 참여업체인 AITS가 적외선 방식을 국가표준으로 제정해달라는 신청을 해와서 60일간 예고기간을 거친 후 표준분과위원회를 거쳐 지난 14일 산업표준심의회에서 국가표준으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표준분과위원회에는 산자부 기표원 외에 정통부, 건교부도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 ETCS 분야 KS 규격 제정 발표는 일정에 맞게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KS 규격 제정은 산업기술표준법에 따라 개인이나 기업, 국가기관에서 제정을 신청을 해 오면 60일 동안 의견 수렴기간을 거쳐 90일 내에 제정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따라서 이번 적외선 방식 국가표준 제정은 오히려 늦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선주파수 업계는 도로공사의 무선주파수 방식 ETCS 필드테스트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서둘러 국가표준을 정한 건 잘못이라고 보고 있다.

AITS가 제정 신청을 할 수 있었던 게 '지난 해 5월 도로공사의 필드테스트에서 적외선 방식이 기술심사를 통과했다'는 데 근거한 만큼, 무선주파수 업계에도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

도로공사의 무선주파수 방식 필드테스트 결과가 나온 후 국가표준(KS)을 정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도로공사는 현재 무선주파수방식의 ETCS 시스템에 대한 필드테스트를 하고 있다. 지난 6, 7일에 이어 15일부터 재차 테스트를 했다.

도로공사가 재테스트에 나선 건 지난 해 5월 적외선 방식 업체인 삼성SDS-AITS의 경우 기술 평가에 합격했지만, 무선주파수 방식 업체인 포스데이타는 차량 사고로 테스트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포스데이타는 사고로 테스트를 제대로 받지 못했으니 테스트를 다시 하자고 도공에 요구했으나 도공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포스데이타 등은 감사원, 청와대에 진정서를 냈고, 감사원은 적외선 방식으로만 가는 건 문제가 있으니 두 방식 모두를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그 후 도공이 이를 받아들여 이번에 재테스트를 하게 된 것이다.

◆정통부, "국가표준 전에 단체표준 제정이 바람직"

정통부 관계자는 "지난 9월7일 AITS가 KS 규격 제정을 신청한 후 산자부 기술표준원에 일단 단체표준(TTA)으로 정한 뒤 국가표준(KS 또는 KICS)으로 정하는 상향식 표준화를 하자고 제안했었다"며 "하지만 기술표준원이 산업기술표준법에 근거해 민간이 요구해 왔니 처리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통부가 단체표준 제정 후 국가표준을 제정하자고 한 것은 무선주파수방식은 TTA 단체표준이 돼 있고, 적외선 방식도 TTA에 단체표준으로 상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두 방식이 시장에서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만큼, 국가 표준 제정에도 신중을 기하자는 것.

정통부는 기술표준원 입장을 받아들여 한 발 양보하게 된다.

KS 규격을 정할 때 TTA(정보통신기술협회) IR(적외선방식) 전담팀의 기술검토보고서를 감안해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

정통부 관계자는 "1월7일 IR 전담팀 회의가 열려 기술규격에 문제가 없다는 검토의견을 내면서 사실상 ETCS 적외선 방식 KS 표준화가 정해졌다"며 "하지만 이 자리에는 IR 방식을 지지하는 업계 및 대학 교수만 참석하고 RF 방식을 지지하는 쪽은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G전자·하이게인 등 무선주파수 관련 업계는 적외선 방식을 채택할 경우 호환성에 일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통부 관계자는 "오스트레일리아 이프콘(Efcon)사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적외선 방식의 경우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술에 블랙박스가 많아 전국 시스템 구축시 호환성에 문제가 있거나 나중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제정신청 업체인 AITS에서 KS 규격으로 돼도 특허문제가 없고, 관련 기술도 공개하겠다고 하면서 KS 규격 제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ITS(지능형교통시스템) 분야 통신 매체 기술표준은 ISO에서도 국제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분야인데, 우리나라가 서둘러 국가표준을 정한 게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데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다"며 "외국기술을 들여와 우리산업에 적용하고 수출하자는 쪽과 자체 기술로 우리 산업에 적용한 후 외국에 수출하자는 쪽 중 어디가 국익에 도움이 될 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국책과제로 능동형 주파수방식(RF)에 대한 국산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이 개발사업엔 35억여원의 국가예산이 투입됐으며, 현재 도로공사가 필드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KS 제정이 패권 다툼인가

기술표준원은 이번 KS 규격 제정이 ETCS 수요를 촉발해 고속도로 내 차량지체 현상을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국가표준이 마련되지 않아 톨게이트에서 교통체증이 극심함에 불구하고 도로공사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번에 적외선 방식 KS 규격이 마련돼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통부 입장은 다르다.

정통부 관계자는 "그동안 ETCS 구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국가표준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각 지자체나 도로공사 입찰시 적외선 방식만 들어올 수 있게 하거나 적외선 방식에만 가점을 준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 어떤 방식을 채택할 것인가는 시장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TTA단체 표준인 능동형 RF 방식도 필드테스트가 이뤄진 후에는 한국정보통신표준(KICS)나 KS 표준을 추진할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번에 KS가 된 IR방식도 TTA 단체표준으로 상정돼 있어 조만간 결정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마다 ETCS 국가표준(KS)의 의미를 달리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는 정보통신 분야 국가표준 제정에 대한 부처간 업무 영역이 하루 속히 정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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