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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韓 전통주 자존심 국순당 '백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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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주' 대한 선입견 깨고 전통주 대중화 이끌어…'건강주'로 인기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소주, 맥주, 위스키로 대변되던 90년대 주류시장에 어느샌가 혜성처럼 나타나 술의 한 종류로 인정받은 브랜드가 있다. 전통주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국순당의 '백세주' 얘기다.

올해로 출시 26년을 맞은 '백세주'는 지난해 말까지 약 6억7천300만병이 판매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지금까지 판매된 백세주를 한 줄로 이어놓으면 15만5천km(한병의 높이 23cm)로 지구 둘레(4만km)를 3.9바퀴 돌릴 수 있고, 서울과 부산을 186번 왕복할 수 있다. 또 현재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일본 등 27개국에 수출되며 해외에서 '한국 대표 전통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국순당 창업주 배상면, '백세주'로 전통주 시장 개척

'백세주'는 우리나라 전통주 시장을 개척한 배상면 국순당 창업자에 의해 만들어졌다.

1950년 경북대 농예화학과를 졸업한 배 씨는 대학 재학 시절 미생물 연구반을 조직하면서부터 누룩 연구에 몰두했다. 또 1952년 대구에 기린 주조장을 경영하며 기린 소주를 개발했고, 1955년에는 이화(梨花)라는 약주를 생산했다. 1960년에는 쌀을 원료로 '기린소주'를 만들었다.

1970년에는 국순당의 전신이자 누룩을 만들어 판매하는 '한국미생물공업연구소'를 세웠다. 이 회사는 13년 후 주식회사 체제로 변경되며 '배한산업'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때 배 씨는 술을 만들어 판매하기 보다 좋은 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담그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는 뜻을 많은 양조업자들에게 제시했다. 그러나 이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앞둔 어느 날 배 씨는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한국만의 전통 술'이라고 내세울 만한 게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이후 그는 몸에 좋은 국내 대표 술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옛 문헌을 참고한 제법과 원료배합 등 수 년간의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통해 1992년 '백세주'를 처음 선보였다. 사명도 이 때 '좋은 누룩과 좋은 술을 만드는 집'이라는 뜻을 담은 국순당으로 바꿨다.

'백세주'는 생쌀을 가루내어 술을 담는 국순당의 특허 기술인 '생쌀발효법'에 구기자, 오미자, 인삼, 산수유 등의 한약재를 넣어 빚은 제품이다. '생쌀발효법'은 술이 완성될 때까지 높은 열을 가하지 않고 가루 낸 생쌀과 상온의 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기술로 쌀을 쪄서 만든 약주와 달리 영양소 파괴도 적을 뿐 아니라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 기술을 인정받아 국순당은 1994년 국내 처음으로 KT(국산 신기술 인증) 마크를 획득했고, 1998년에 주류업계 최초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았다. 또 이 술은 2002년 소주와 함께 섞어 마시는 '오십세주' 열풍이 일면서 인기를 얻어 2003년 매출액이 9년 전(24억원)에 비해 약 55배 가량 증가한 1천312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인기는 배 씨가 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조선시대 실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실려있는 '구기 백세주' 설화를 인용해 '백세주'를 '건강주'로 알리며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영향이 컸다. 백세주가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약주는 먹고 나면 머리가 아프다'는 인식으로 애주가들도 전통주를 꺼리는 분위기였지만, '백세주'는 이를 깨고 국내 전통주의 대중화를 이뤄냈다.

국순당 관계자는 "백세주가 개발될 당시 주세법에 '공급구역제한제도'가 있어 특정 지역에서 만든 제품은 특정 지역에서만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 규정의 철폐를 위해 헌법소원을 내 국회에 청원을 넣었고, 1994년 1월 약주에 관해 이 제도가 폐지되며 전국적으로 유통할 수 있게 되며 판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변화 속 성장 주춤…'레시피' 바꿔 실적개선

우리술에 대한 배 씨의 고집은 슬하의 2남 1녀에게도 이어졌다. '전통주 연구'라는 가업을 전승해 장남 배중호 씨는 '국순당', 장녀 배혜정 씨는 '배혜정도가', 차남 배영호 씨는 '배상면주가' 등 전통주의 맥을 잇는 우리 술의 명문가를 이뤘다. 이후 배 씨는 배상면주류연구소를 설립하고 전통주 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썼다.

1990년 초반부터 국순당을 이끌고 있는 배중호 대표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 '백세주'의 대중화를 위해 많은 힘을 쏟았다. 그러나 초기에는 약주에 대한 선입견과 기존 대형 주류업체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맞서 국순당은 선발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전략으로 외곽지역의 업소를 찾아 다니며 개별적인 공략을 하는 '게릴라 마케팅'을 비롯해 업소별로 차림표·메뉴판을 제공하는 '맞춤형 마케팅'을 전개했다. 또 업소에 제공하던 판촉물에도 백세주 이미지를 삽입해 소비자 인식을 넓히는 효과를 거뒀다.

국순당 관계자는 "당시 핵심상권 공략이 어렵다고 판단해 외곽지역부터 영업사원 2~3명이 서울 근교를 비롯한 유원지의 업소를 다니며 궂은 일을 도와주고 친밀도를 높여가며 영업을 했다"며 "기존의 주류 유통망에 의존하지 않고 업소를 직접 파고든 '게릴라 전략'을 앞세워 점차 핵심 상권을 공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순당은 이후 변모하는 시장 환경과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지속적으로 100여가지의 레시피 개발과 공정 개선을 진행해 왔다. 2005년에는 알코올 도수를 14%로 높이고 투명병으로 디자인을 변경했고, 2012년에는 산뜻하고 깔끔한 맛으로 레시피를 수정하고 갈색병의 디자인을 적용하기도 했다. 2015년 6월에는 시장 변화에 맞춰 알코올 도수 13%인 새로운 '백세주'를 출시해 주목 받았다.

그러나 국순당은 지난 2015년 가짜 백수오 파동 이후 이를 원료로 썼던 '백세주'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최근 몇 년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1년 1천277억원에 달하던 국순당의 매출은 2012년 1천187억원, 2013년 992억원, 2014년 919억원, 2015년 774억원, 2016년 697억원으로 매년 크게 줄어들었다.

국순당 관계자는 "소비자 입맛에 따라 산뜻한 맛과 백세주 본연의 풍부한 약재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레시피를 개선한 결과 최근 들어 인기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에는 13년간의 하락세를 끊고 매출 반등에 성공했고, 전년 대비 약 4.1% 성장하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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