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다운기자] 5개 증권사가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목표로 하는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선정됐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를 열고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를 초대형 IB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초대형 IB란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같이 기업에 자금을 직접 투자해 기업대출, 중계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 대형 증권사를 말한다. 앞으로 인수·합병(M&A), 자문·인수 등 기업금융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초대형투자은행 육성방안'을 발표한 후, 관련 규정 개정과 인가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1년 3개월 만에 종합금융투자회사가 탄생한 것이다.
초대형 IB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현재 증권사 자기자본은 미래에셋대우가 7조1천498억원, NH투자증권 4조6천925억원, 한국투자증권 4조3천450억원, 삼성증권 4조2천232억원, KB증권 4조2천162억원으로 4조원 이상의 증권사들은 모두 초대형 IB로 지정됐다.
하지만 금융위는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라고 할 수 있는 단기금융업(발행어음)에 대해서는 한국투자증권 1곳에 대해서만 허용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발행어음 심사가 보류됐으며,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은 과거 제재 내역 등이 문제로 제기되면서 심사가 지연됐다.
발행어음 업무가 허용되면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회사채보다 발행 절차가 간편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다.
초대형IB 업무에 필요한 '실탄' 마련을 위해서는 발행어음 업무 허용이 중요하지만, 나머지 4곳 증권사들이 완전한 초대형 IB로서의 업무를 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다만 다른 초대형 IB 업무는 가능하다. 금융위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8조원 미만의 증권사에 대해서는 발행어음 외에 기업환전 등 일반 외국환 업무도 허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초대형 증권사들은 외환업무 등록 절차 등을 거쳐 이달 말께는 초대형 IB 업무를 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금감원 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다른 증권사에 대해서도 인가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 나서야"
발행어음 업무가 허용된 한국투자증권은 다른 초대형 IB보다 한발 먼저 앞서갈 수 있게 됐다.
이미 올 2월 단기금융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종합금융투자실을 신설해 관련 업무를 준비해왔다. 현재 12명의 전문인력을 갖췄으며, 언제라도 업무 개시가 가능하도록 준비를 마쳤다는 설명이다.
기업금융 자산은 1년6개월 내 50% 이상 투자해, 혁신·중소기업에 모험자본 공급원의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금융당국의 단기금융업 업무 도입의 취지에 발맞춰 개인고객에게는 신규 자산 증식 수단을 제공하고 혁신기업에는 모험자본을 적극 공급함으로써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업계 최고 수준의 IB역량을 활용해 한국판 골드만삭스 모범 모델을 시장에 안착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업권에서 초대형 IB 업무가 기존 은행업권의 시장을 침범하고 업권간 형평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생산적 금융을 통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특정 금융업권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금융산업 전체가 서로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할 공통 과제"라고 전했다.
우리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요자인 기업 입장에서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위원장은 "초대형IB 육성뿐만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기업금융업무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있다면 동일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인가를 계기로 증권사 임직원과 금융당국 모두 막중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공급 활성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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