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혜경기자]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액티브펀드의 수익률 회복은 삼성전자의 독주가 멈추고 다양한 업종의 수익률이 회복되어야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25일 한국투자증권의 김대준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패시브펀드 수익률이 액티브펀드 수익률을 압도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올해도 액티브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으로 일반 주식형펀드와 패시브펀드의 수익률 격차는 9%p로 벌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난 주까지 액티브펀드인 공모 주식형펀드에선 6조원의 자금이 이탈했고, 패시브펀드인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로는 1조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액티브펀드는 펀드매니저들의 적극적인 운용 전략을 통해 시장(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펀드다. 패시브펀드는 코스피지수, 코스피200지수 등 추종하는 시장 지수만큼의 수익률을 따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펀드다.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해 김 애널리스트는 "액티브펀드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패시브펀드의 성과를 주도하는 삼성전자의 독주가 멈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패시브펀드 대비 액티브펀드의 상대강도는 삼성전자 주가와 유사하다.
김 애널리스트는 "두 변수의 상관계수는 -0.9에 달하는 상황으로, 이런 역의 상관관계를 감안하면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 사라져야 액티브펀드가 다시 부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삼성전자 쏠림 현상은 앞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리 상승 압력이 강해질 전망이고,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삼성전자의 이익증가율이 내년까지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 또 수급환경도 삼성전자에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그 배경으로 들었다.
금리의 경우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근접한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하고 내년에 3번의 추가 인상이 진행되면, 성장주인 IT에 대한 투자심리는 지금보다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IT 선도기업인 삼성전자도 금리 변화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익이 경우에도 올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 호조와 반도체 사이클 회복에 힘입어 매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영업이익 증가율도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이런 증가율이 내년까지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향후 영업이익은 매분기 16조원으로 예상되지만, 기저효과가 사라져 이익 증가세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삼성전자로의 쏠림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수급 환경과 관련해서는 내년엔 '중국 A주의 MSCI EM(신흥지상)지수 편입'이라는 대형 수급 관련 이벤트가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일정대로 중국 A주의 시가총액 5%가 내년 5월과 8월에 지수에 신규 편입되는 과정에서 약 4조7천억원의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이탈할 수 있다"며 "특히, MSCI 한국지수에서 비중이 4분의1에 달하는 삼성전자는 1조원 규모의 매도물량에 노출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점들을 감안할 때 액티브펀드의 투자매력이 높아지고 패시브펀드의 성과는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액티브펀드의 암흑기가 조만간 종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5년 삼성전자 주가 쉬어갔을 때 액티브펀드 호조
과거에도 이 같은 상황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쉬어갔던 2015년 당시에 액티브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패시브펀드를 크게 상회했다는 것이다. 당시 설정액이 1천억원 이상인 일반 주식형 대표 펀드 39개 중에서 3개를 제외한 펀드가 6개월 이상 시장을 이겼는데, 메리츠코리아 펀드의 경우, 벤치마크 수익률을 20%p나 초과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아울러 중소형 주식형펀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과거 경험상 액티브펀드가 패시브펀드를 이길 때, 펀드 사이즈가 중요 변수는 아니었고, 오히려 중소형 액티브펀드의 수익률이 벤치마크를 크게 상회했다며, 향후 액티브펀드가 살아난다면 이러한 흐름이 재현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현재 패시브펀드 대비 중소형 주식형펀드의 상대강도는 2015년을 정점으로 지속 하락하고 있는데, 상대강도 측면에서 이미 최저점까지 내려온 상황이므로 추후 반등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고 봤다.
특히, 정부가 중소형 주식에 대해 우호적 관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청와대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금융당국도 제2의 벤처붐 조성을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 잘 알려진 중소기업 세제 혜택이나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 등이 중소형 액티브 펀드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 애널리스트의 판단이다. 그는 이러한 변화는 내년에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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