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들어 살고 싶다, 그 마음 안에
그 집은 높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가팔랐다.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사뿐히 내디딜 수 있었던 건
그 집에 그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매일 이 높은 곳을 다녔을까.
안쓰러움과 대단함이 내 마음 안에 일렁인다.
일용한 양식이 담긴 검은 봉지를 앞뒤로 흔들며
날숨과 함께 휘파람도 불러본다.
10미터 앞, 5미터 앞.
바로 코앞까지 왔다.
똑똑똑.
하나도 숨이 차지 않은 표정으로 해맑게 웃을지
아니면 하나도 설레지 않는 것처럼
무덤덤한 표정을 지을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 문이 열리고 말았다.
“높아서 숨차죠?”
집은 건물이 아니다.
집은 공간이 아니다.
집은 사람이다.
“전혀요.”
아무리 높은 곳에 산다고 해도 괜찮다.
숨을 멎게 하는 것은 높은 집이 아니라
바로 내 앞에 있는 그대다.
그대라는 마음 안에 세 들어 살고 싶다.
김이율(dioniso1@hanmail.net)
「잘 지내고 있다는 거짓말」, 「가슴이 시키는 일」 등의 베스트셀러를 펴냈으며 현재는 <김이율 작가의 책쓰기 드림스쿨>에서 책을 펴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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