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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비교 검색' 두고 네이버-에누리닷컴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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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누리 "네이버, 자사 정보만 제공" VS 네이버 "공정위 조치 모두 이행"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가격비교 사이트 업계가 '인터넷 포털사업자인 네이버가 공정 경쟁을 해친다'며 또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3년 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의의결'을 통해 업계에 공정 경쟁환경이 마련될 것을 기대했지만 네이버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가격 검색부분에서 자사의 상품 정보만 편파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문석 써머스플랫폼 대표는 3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와 만나 "현재 가격비교 업계는 1강, 2중, 1약 체제로, 네이버가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검색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는 객관성을 지키지 않고 가격검색 시 자사의 상품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써머스플랫폼은 가격비교 사이트인 에누리닷컴을 시작으로 지난 2014년 4월 말 VIG파트너스로 인수된 후 스마트택배, 쉘위애드, 쉽겟 등을 인수해 각 서비스를 크게 성장시켜 왔다. 올해 예상매출액은 총 382억원으로, 이 중 가격비교 사이트인 에누리닷컴의 매출은 약 8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인터파크의 등장으로 국내 기업들은 전자상거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롯데의 사이버쇼핑몰(현 롯데닷컴)에 이어 1997년에는 신세계닷컴, e현대, 한솔CNS, 삼성몰, 신세계백화점 쇼핑몰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그 결과 1996년 2개였던 국내 인터넷 쇼핑몰은 1998년 말 300여개로 확대됐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한 1998년 5월. 쇼핑몰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이용자들의 피로감이 늘어가자 한 업체가 각 쇼핑몰들의 상품을 한 곳에서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사이트를 하나 만들었다. 이곳이 바로 국내 최초 가격비교 사이트인 '에누리닷컴'이다.

에누리닷컴이 성공하자 2001년 다나와를 시작으로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진 업체들이 계속 생겨나 금세 10여곳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2009년 이후 대형 포털 업체인 '네이버'가 가격비교 업계에 진출하면서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고 결국 에누리닷컴과 다나와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가 문을 닫았다. 현재 이 업계에서 네이버가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은 50~60%, 에누리닷컴·다나와가 30%, 다음이 10% 미만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문석 써머스플랫폼 대표는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서 사라진 것은 네이버 탓이 크다"며 "포털 전체 시장 내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가 통합검색 기능을 통해 가격포털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우리에게 위협이 됐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등장으로 가격비교 시장이 붕괴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4년 업계 내 분위기에 맞춰 인터넷 포털사업자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섰다. 이후 업체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공익법인 신설, 상생지원 등에 인터넷 포털사업자들이 1천억원 가량의 기금을 출연하는 조건을 내걸었고 강제성이 없는 '동의의결'을 확정지었다. 또 사용자의 오인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부당한 표시광고에 대한 개선과 자사 유료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표기 등도 함께 약속했다.

실제로 공정위 사이트에서 확인한 결과 공정위는 지난 2014년 네이버에 ▲통합검색결과로 노출되는 전문서비스 영역이 자사 또는 계열사의 전문서비스로부터 제공되는 정보임을 표시하고 ▲전문서비스 영역 우측 상단에 경쟁사업자의 사이트로 연결될 수 있는 외부링크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외부 링크는 '다른 사이트를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라고 표시하도록 했다.

최 대표는 "네이버가 쇼핑 사업과 가격비교 사업을 구별하지 않고 시장을 과점하는 상태가 유지돼 업체들이 항의하면서 동의의결로 넘어갔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네이버는 여전히 약속했던 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특히 네이버가 자진 시정방안으로 제시한 '다른 사이트 더보기'의 링크 표시는 이용자의 접근성을 제한해 공정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네이버는 현재 가격비교 검색결과를 노출할 경우 자사 가격 데이터만 노출시키고 있다. '다른 사이트 더보기'로 한 켠에 조그만 글씨로 안내돼 있지만 이용자가 이를 클릭하면 에누리닷컴이나 다나와의 홈페이지가 새롭게 오픈돼 이곳에서 원하는 상품을 한 번 더 검색창에 입력해 찾아야 한다.

최 대표는 "'다른 사이트 더보기'는 네이버가 변명을 위한 작은 여지를 남겨놓은 것일 뿐 포털 시장지배적 위치에서 자사의 가격정보만 표시해 이용자들에게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보여주고 있다"며 "가격비교 검색 시 다나와나 에누리 등 다른 업체들의 가격정보도 네이버와 함께 병렬로 나열하거나 업체별 구분없이 노출시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쪽으로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의 이 같은 주장에 네이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몇 년 전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후 '동의의결'을 통해 자진 시정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고 지난해까지 모든 관련 사항을 이행해 종결난 상태에서 경쟁사들이 또 다시 같은 문제를 제기하자 황당해 하는 눈치다.

네이버 관계자는 "자사 서비스에 외부 링크를 제공하고 계약서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없애는 등 공정위가 지적한 5가지 사항도 그 때 당시 모두 바로 시정했다"며 "그동안 총 2천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거래질서를 유지하고 상생 지원에도 적극 나서 지난해 관련된 일을 모두 마무리 지은 상태에서 이 일을 또 다시 문제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더불어 네이버는 공정위가 동의의결 시 에누리나 다나와 상품들도 네이버 상품과 함께 노출시키라고 한 조항을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써머스플랫폼이 주장하는 것처럼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이행안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동의의결 시정방안을 정확히 모르고 하는 말 같다는 입장도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경쟁사가 네이버 포털에서 가격비교 관련 검색결과를 보여줄 때 네이버쇼핑 상품뿐 아니라 다른 가격비교 업체의 가격정보도 구분없이 함께 같은 페이지에 표출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 모르겠다"며 "지금 경쟁사들이 문제 삼는 부분이 잘못된 것이라면 3년 전 동의의결 시 공정위가 이에 대해 요구했어야 했고 경쟁사들도 이 부분을 명확히 했어야 하는데 당시에는 아무도 이런 사항을 요구하지 않고 잘못으로 지적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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