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홍하이정밀, 브로드컴으로 압축된 형국이다. 일본 정부는 국외로 넘기기보다는 국내서 추가 입찰자가 등장하기를 고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일본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1차 예비입찰자들 중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SK하이닉스와 대만 홍하이정밀(폭스콘), 미국 브로드컴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미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연합전선을 구축했으며, SK하이닉스는 미국 투자펀드나 일본 투자자들과 공동 입찰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매체들은 대만 홍하이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3조엔(한화 약 30조8천억원)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 사모펀드와 연합전선을 구축한 브로드컴은 2조엔 이상의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브로드컴이 독자노선을 밟아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조엔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의 몸값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데는 현재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동향과 무관치 않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오토모티브 등 차세대 ICT 산업을 통해 늘어나는 데이터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낸드 플래시의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서 도시바는 17.4%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 여부에 따라 유리한 고지에서부터 낸드플래시 사업을 전개해나갈 수 있다.
일본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달갑지 않다. 일본 정부는 일찍부터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중국과 대만 업체들을 인수 후보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일본 외환법에 따르면 해외 기업이나 투자자가 국내 반도체 등의 사업을 인수할 때 국가의 심사를 받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제조단계에서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파괴할 수 있도록 제작되는 등 기업과 정부의 기밀 정보가 손실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한다면 지난해 4분기 기준 28.1%의 점유율로 단숨에 낸드플래시 시장 2위로 오를 수 있다.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이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절반 이상을 점유하게 된다.
일본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자국 내 기업 중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1차 예비입찰에 응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자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추가 입찰에 응해줄 것을 설득하고 있다. 유력 후보로는 후지쯔와 후지필름홀딩스가 거론되고 있다.
일본은 정부계 펀드와 일본 기업을 모아 민관합작펀드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각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100억엔씩을 투자받아 총 5000억엔의 펀드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미국계 인수 후보자와 협상을 거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하겠다는 복안이다. 가령 2조엔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하면 일본 민관합작펀드는 약 25%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돼 기술 유출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한편, 도시바는 추가 예비 입찰 가능성을 내비친 상태다. 오는 5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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