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은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주행 소음 및 엔진 꺼짐 현상 등으로 논란이 됐던 '세타2 엔진'에 대한 자발적인 리콜을 실시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같은 엔진이 장착된 차량에 대해 리콜을 실시해 '역차별'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현대·기아차는, 최근 국토교통부 조사 진행 중 국내에서도 리콜을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늑장 리콜'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국토부는 7일 현대차의 그랜저(HG), 쏘나타(YF), 기아차의 K5(TF), K7(VG), 스포티지(SL) 등 5개 차종 17만1천348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5년간 단일 사안으로 리콜된 사례 중 2013년 현대차 아반떼 등 19개 차종 82만5천대, 2015년 르노삼성 SM5·SM3 39만2천대 리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이번 세타2 엔진 리콜은 정부의 명령이 아닌 현대·기아차에서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회사는 지난 6일 국토부에 리콜계획서를 제출했다.
리콜 대상은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모델로, 크랭크 샤프트에 오일 공급홀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계 불량으로 금속 이물질이 발생하면서 소착 현상이 발생, 주행 중 시동꺼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확인됐다. 소착현상이란 마찰이 심해지면서 열이 발생, 이로 인해 접촉되는 면이 용접한 것처럼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문제가 된 공정은 현재 개선조치가 이뤄진 상태다.
현대차가 국토부에 제출한 시정 방법에 따르면, 전체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 뒤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차량에 대해서는 기존 엔진을 새롭개 개선된 엔진으로 교체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리콜은 개선된 엔진생산에 소요되는 기간, 엔진 수급상황 및 리콜준비 기간을 감안해 오는 5월 22일부터 착수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리콜은 세타2GDi 엔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크랭크 샤프트 오일홀 가공 공정상 불량으로 인한 청정도 문제를 확인하게 돼 실시하는 것"이라며 "세타2GDi 엔진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가공 공정의 문제로 공정상 적절한 조치를 통해 개선을 완료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자발적인 리콜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는 국내 소비자 역차별 및 늑장 리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현대차는 2015년 9월 세타 2엔진이 장착된 2011~2012년식 쏘나타를 미국에서 리콜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에서 세타2 엔진 2.0터보GDI 및 2.4GDI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2011~2014 쏘나타를 구매한 고객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 합의하고, 구매고객 전원에게 보증기간을 10년·12만마일까지 연장해 한국 소비자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현대차는 자사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미국산 세타 2엔진 결함은 미국 엔진 생산 공정의 청정도 관리문제로 발생한 사안"이라며 "국내 생산 엔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이 지속되면서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제작결함에 착수했고,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도 해당 엔진을 장착한 차량의 보증 기간을 기존 5년·10만km에서 미국과 동일하게 10년·19만km로 연장했다.
이와 관련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커넥팅 로드와 연결된 부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주행거리와 연관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주행거리가 국내보다 긴 미국에서 먼저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현대차가 발빠르게 리콜을 진행했다면 비용도 적게 들고, 브랜드 이미지도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처럼 반복되는 문제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 역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하는 리콜 문제에 대해 조기에 실태 조사하고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역할을 했어야 한다"면서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정부도 역할을 소홀히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현대차 측은 2015년 미국에서의 리콜과 이번 국내 리콜은 사유가 서로 다른 별도의 건이며, 엔진 설계 결함이 아닌 청정도 및 공정상 산발적인 가공 불량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리콜과 관련해 고객들에게 이른 시일 내에 자세한 내용을 안내할 예정"이라며 "고객 관점에서 모든 사안을 철저하게 점검해 고객의 신뢰와 만족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은기자 eun06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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