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바른정당, 한국당-국민의당 행 또 분당?

[아이뉴스24 이영웅기자]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의 기치를 꺼내 든 바른정당이 창당 한달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지율 답보상태에 놓인 당의 출구전략을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내홍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유 의원은 자유한국당과의 연대를 통한 범보수 단일화론을 역설하고 있다. 반면 남 지사는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통해 중도세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남 지사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승민 의원을 위한 충고'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국정농단 세력과의 후보 단일화를 포기할 수 없는 유 의원이라면 차라리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당과 연대와 단일화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 의원은 범보수 단일화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범보수 후보 단일화를 통해 민주당 후보에 맞서는 것만이 해법"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출마를 할 경우에도 범보수 단일후보군으로 받아들여 보수층이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배경을 대구·경북(TK) 등 영남권 지역과 서울·경기 등 수도권의 민심 차이에서 보고 있다. 헌재의 탄핵 판결을 앞두고 거세지는 탄핵 반대 여론에 대구가 지역구인 유 의원의 경우 범보수 연대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서로 힘을 합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당 내홍에 애를 태우고 있다. 당 위기 극복을 위해 연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치열한 내부토론을 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대선정국을 앞두고 분당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한 의원은 24일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조기 대선정국을 앞두고 좁혀지지 않는 대선주자들의 입장에 많은 의원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며 "정책을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당의 정체성 문제를 놓고 이견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에 분당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과 오세훈 최고위원의 재등판론까지 불거지는 등 당내에는 냉랭한 기류마저 감돌고 있다. 더욱이 당 내홍을 관리할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지면서 당은 최대 위기에 직면한 형국이다.

다만 바른정당은 탄핵 국면 이후 당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며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탄핵 이후 범보수 후보로 바른정당의 주자가 결정되면 보수층의 집결로 정당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바른정당 한 중진의원은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그동안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던 한국당 의원들의 추가탈당이 예상된다"며 "실제로 물밑에서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 탄핵 이후에는 바른정당이 범보수 세력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