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디에이치 한강(현대건설이 제안한 한남4구역 단지명)의 커뮤니티 시설물은 1만1200평 규모의 167개를 제안합니다. 지층에서는 물론 각각 블록의 최상층인 스카이 커뮤니티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준비했습니다."(현대건설 관계자)
"제가 모토로 삼는 것이 '군자애재'(君子愛財, 군자는 재물을 사랑한다)입니다. 군자이신 조합원님들께 어떻게 최대의 이익을 드릴지 고민했고 그 답이 한강 조망입니다."(삼성물산 관계자)
1조5000억원 규모로 서울 최대 정비사업 중 하나인 한남 4구역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홍보전이 막 올랐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24일 서울 용산구에 각각 홍보관을 세우고 내달 18일까지 조합원 대상 홍보에 나선다.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원에 지하 4층~지상 22층, 51개 동 규모의 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한강 변에 자리한 핵심 입지로 입찰 전부터 건설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두 건설사는 각각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과 '디에이치 한강'을 단지명으로 제안하고조합원 선택을 받기 위한 물러설 수 없는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물산은 홍보관에서 △조합원 전원 한강 조망 △조합원 이익 확대 등을 강조했다. 전체 2360가구의 70%인 총 1652가구를 한강뷰로 제안해 현대건설이 제안한 849가구 보다 2배 가까지 많다. 조합원 1166명이 모두 한강 조망 가구에 입주할 수 있는 셈이다.
이날 조합원 대상 설명회를 진행한 삼성물산 관계자는 "모든 가구가 거실 조망은 아니지만 안방에서만 한강이 보여도 프리미엄이 최소 5억원 붙는다"며 "한강 조망 가구가 현대건설 대비 2배 이상 더 많은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조합원 이익을 늘리기 위한 방안도 공개했다. 발코니 확장 옵션판매 원가를 공사비에 반영해 조합이 옵션으로 판매하면 조합이 수익을 다 가져갈 수 있도록 했고 필수사업비와 사업촉진비를 포함한 약 3조원 규모의 전체 사업비를 직접 조달하고 양도성예금증서(CD)+0.78%의 고정 금리를 제시했다. 착공 전 물가인상에 따른 공사비 증액 314억원도 시공사가 부담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이 제안한 공사비는 평(3.3㎡)당 938만3000원으로 현대건설(평당 881만 4300원)대비 높다. 다만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단지에 필수로 들어가야 하는 항목을 제외했다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물가 인상분 314억을 다 반영했고 일반쓰레기 이송 설비와 독일산 창호 등 현대건설에 없는 항목도 다 공사비에 포함했다"면서 "2022년 8월에 바뀐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하는 기술을 가진 회사는 삼성물산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건설은 커뮤니티 운영, 설비, 가구 등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항목이 빠져 있고 조식 카페에 조리공간이 없다"면서 "상가의 경우도 공사비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전기 설비, 통신, 가스공사 등 항목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은 이미 5988가구 규모의 한남3구역(디에이치 한남) 시공권을 확보했다. 한남4구역을 수주하면 한남뉴타운에 '디에이치' 브랜드 타운이 조성될 예정이다.
홍보관에서 현대건설은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 설계를 강조했다. 자하 하디드는 여성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인물로 현대건설은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와 손잡고 곡선 위주 단지 설계를 선보였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단지에 곡선형 알루미늄 패널 8만 8000장을 사용할 계획이다. 문주 또한 곡선을 강조한 '커브드 게이트' 문주 디자인을 적용하고 힐 파사드, 파크 파사드, 포레스트 파사드 등 외관 디자인을 제시했다.
홍보관 내부에는 현대건설이 제안한 '더블 스카이 브릿지 모형도'가 설치됐다. 각각 190m, 110m인 스카이브릿지는 총 300m로 한강 변 최대 길이다. 또한 자하 하디드의 철학을 반영한 곡선 디자인이 적용됐고 한강과 남산 등 인근을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조망 특화 설계도 적용된다. 중대형 평형 1318가구에 테라스 특화 평면도를 제안했고 조합원 전원에게 프리미엄 조망을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디에이치 한강은 한강을 더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돌출 오픈 포켓 등 6가지의 테라스와 1300여 가구에서 만날 수 있는 탁트인 개방감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조합원 이익을 위한 조건도 강조했다. 책임준공확약서 등 5대 확약서를 제출했고 부동산 컨설팅 기업인 에비슨영과 협업해 분양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또한 아파트와 함께 상가도 최초 일반분양가로 대물변제한다고 제시했다.
비방전으로 흐르는 홍보…조합원 고민도 깊어진다
이날 홍보관에서는 양 건설사가 상대 건설사의 모형도를 설치한 후 비판을 쏟아냈다. 삼성물산은 현대건설 설계가 건축물 높이 기준 위반, 층수 위반을 했다고 주장했고 현대건설도 삼성물산의 조합원 100% 한강조망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현대건설이 기본적인 정비계획조차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대건설 설계를 살펴보니 일부 블록 지하층이 지하로 인정받지 못하고 1층으로 올라와야 하는 수준"이라면서 "서울시가 한강 변 첫 동에 대해 층수 규제하는 상황에서 지하로 계산한 층수가 지상이 되면 그만큼 용적률 손해"라고 지적했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공사 기간도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본공사 기간 기준 현대건설은 43개월, 삼성물산은 48개월을 제시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과거 현대건설이 공기를 늘린 사례를 화면에 띄운 후 "삼성물산은 세계적인 초고층 건물을 시공했고 전 세계에서 공기가 가장 짧은 건설사"라며 "어떤 사업장도 동일한 조건에서 현대건설이 삼성물산보다 빠르게 공사한 경우는 없다"고 했다.
반면 현대건설 홍보관에서는 삼성물산이 설계한 'O타워'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건물이 원형인 만큼 동의 일부는 북쪽을 바라보는 북향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창문 위로 돌출된 부분이 있어 아래 가구의 조망권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삼성물산 'O타워'는 반은 남측을 바라보고 있지만 반은 북측을 바라보고 있어 그 어떠한 조망이나 일조권도 받을 수 없는 설계"라며 "남측 또한 창문 바로 앞에 기둥이 있어 시야가 가려지고 그늘이 상당히 많이 진다"고 언급했다.
조합원 100% 한강조망에 대해서도 "삼성 설계도를 분석해 보니 한강 조망은 650가구 정도"라며 "삼성물산이 제시한 한강 조망 가구수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홍보전이 과열 양상을 띠는 상황에서 조합원들 또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장을 찾은 조합원들은 세밀한 부분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에게 질문하며 수주전 열기를 끌어올렸다.
자녀와 함께 현장을 방문한 조합원 A씨는 "이미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을 선정했으니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한남4구역은 삼성물산이 시공해야지 않나"라면서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조금이라도 공기가 짧은 조건을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 B씨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모두 상대방 흉보기에 열중인 모습이라 아쉽다"면서 "각 회사가 정말 실현 가능한 조건을 제시했는지 따져보는 것은조합원들의 몫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