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전세난, 집주인은 세금…'엇갈린 한숨'

청년은 전세난, 집주인은 세금…'엇갈린 한숨'

실거주 강화에 전세 매물 실종…시장 곳곳서 우려 쏟아져
'다주택자=투기' 인식 비판…비거주 1주택자 역할 재조명
"전·월세 대책 빠졌다…공급 확대·임차인 보호 한목소리"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정부가 발표한 8·3세제개편안을 두고 시장 참여자들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청년층은 전·월세 불안을, 비거주 1주택자는 '투기꾼 낙인'을, 임대사업자는 세부담 증가를 각각 가장 큰 문제로 지목하며 공급확대와 임대시장 보호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는 정부 세제대책을 놓고 각 계층별 비판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정책 목표와 달리 시장이 체감하는 부담은 왜곡돼 나타나고 있다며 공급위축과 전·월세시장 불안을 공통 부작용으로 꼽았다.

먼저 실거주 요건강화 정책이 가져온 현장 매물기근 현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준 잠실박사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고가주택을 제외한 32억원이하 주택으로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집주인과 매수인 모두 관망세로 돌아서 공인중개사들은 7월초부터 개점휴업 상태"라며 "서울시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2년 실거주의무가 적용되다 보니 주택을 임대해 주던 집주인들이 직접 입주하면서 전·월세매물이 자취를 감췄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단지당 50~80개에 달하던 매물이 10개이하로 줄고 가격도 뛰어 임차인들이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향후 은마·잠실주공5단지 등 1만5000가구이상 재건축 이주가 시작되면 극심한 전세대란이 들이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동구 천호동 노향남 공인중개사 역시 "대출규제와 실거주 강제로 돈 없는 임차인은 슬럼화되는 주택으로 밀려나는 구조"라며 "등록임대사업자 보증보험 가입기준 변화로 보증금 일부를 반환해야 하는 집주인들이 월세를 올리면서 결국 임차인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청년층과 다주택자 역시 주거불안과 과도한 규제를 호소했다. 무주택 청년 김민정씨는 "대출은 막히고 전세가 없어 월세를 선택했는데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들어오면 쫓겨날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1가구2주택자인 박현호씨는 "다주택자를 죄악시하고 1주택자에게 실거주를 강요하면서 기존 세입자들은 새로운 전셋집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장에 전·월세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임차인들이 결국 매매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집을 보여준 뒤 10~15일만 지나도 해당매물이 모두 계약될 정도로 소진속도가 빠르다"며 "손님들이 바로 결정하지 못하면 집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이 과열된 상황"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실거주 중심 정책이 전·월세 불안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도 이어졌다. .

서울시 총괄건축가를 맡은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지금 타깃으로 하는 시장은 초고가 아파트 매매 시장인데 이 여파가 미치는 마지막 장소는 전·월세 시장"이라며 "서울의 고용 접근성을 누려야 하는 세대인 젊은 층 등 전·월세 가구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정책은 전·월세 가구, 노인들을 내쫓고 있으며 여력이 있는 자산 계층들만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주체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거주 1주택자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끌어갈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