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을 '금융시장 안정'에 무게를 두고 신중하게 펼쳐나갈 뜻을 전했다. 내년에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좀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 총재는 지난 21일 한은 기자단과 가진 만찬 간담회에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의 중요상에 대해 강조했다"며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작은 충격도 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리스크 관리에 좀 더 역점을 둬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번 달 금리 동결 결정으로 6개월째 금리를 동결중이며, 최근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섬으로써 내외금리 차이에 따른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재는 "금리 인하에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디스 등 해외 신용평가기관이 한국 경제에 대해 정책당국의 정책여력을 강점으로 들고 있으며,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제도적인 건전성, 정책역량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했다"며 "통화정책의 여력이 소진됐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이처럼 불확실성이 클 때는 조금 더 확인하고 다져가면서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했으나, 최근 민간 연구기관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 초반에서 중반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올 4분기 성장 실적치 등을 모니터링한 뒤 내년 1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 발표할 예정인데, 이 총재는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조정될 것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트럼프 신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에 따른 국제금리 상승, 보호무역주의 흐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의 걱정스러운 변화는 국내 경제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며 "이것들을 종합하면 아무래도 하방 리스크가 좀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내년 한국경제 회복을 위한 관건은 소비심리 회복이라고 진단했다.
수출은 올해보다 여건이 나아질 것이고, 건설투자는 기저효과로 올해 성장세보다는 둔화될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결국 성장세를 끌고 갈 견인은 소비에서 찾아야 한다"며 "위축돼 있는 소비심리를 불러일으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내년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완화적이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정부예산의 총지출 증가율 0.5%는 4% 내외의 명목성장률에 비해 낮다는 진단이다.
그는 "한국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재정정책 여력이 꼽히며, 재정정책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때라는 얘기가 많은데 그 주장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제로금리, 양적완화, 그리고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로 대변되는 요란한 통화정책의 시대가 가고 이제 재정정책의 시대가 온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 경제에서 볼거리는 중앙은행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정책"이라고 덧붙였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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