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초 귀국 반기문, 대선 출마 사실상 공식화

[채송무기자] 이달 말로 유엔 사무총장을 퇴임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제가 10년 동안 유엔 총장을 역임하면서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대선 출마를 강력히 시사했다.

반 총장은 현지 시간 2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과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무엇에 기여할지에 대해 깊이 고뇌하면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히 답하지는 않았으나 대권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보수 후보로 꼽히는 반 총장은 기존 정치권과의 연대 가능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특정 정당을 선택하지 않고 일단 여지를 두는 모습이었다. 반 총장은 새누리당 입당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국민도 없고 나라도 없는데 무슨 정당, 무슨 파가 중요한가"라며 "노론·소론, 동교동·상도동, 친박·비박 이런 것이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고 기존 정치권을 비판했다. 이에 따라 반 총장은 기존 정당에 편입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중심으로 한 정치 세력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귀국 후 각계 국민을 만나 말씀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면서 "국민 여러분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력한 힘이지만 국가 발전을 위하고 국민 복리, 민생 증진을 위해 제 경험이 필요하다면 몸 사리지 않고 할 용의가 있다"면서 "73살이지만 건강이 받쳐주는 한 국가를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대선 의사는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 국민들은 국가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믿고 있다"는 최근 자신의 발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특정 정치인에 대해 언급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친노 측이 유엔 사무총장이 된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평생 살면서 배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일이 없다"며 "의도가 있는 인격 모독"이라고 반발했다.

반 총장이 대선 출마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그동안 야권에 비해 움직임이 소극적이었던 보수 측 주자들의 행보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