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나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초안을 확정 발표한다. 당 탄핵추진실무준비단이 마련한 초안에 제3자 뇌물죄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종 조율 과정에서 해당 조항이 유지될지 여부가 관심사다.
탄핵추진실무준비단은 초안 발표를 하루 앞둔 28일 국회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고 법조계·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 헌법재판소 심리 등 절차를 순조롭게 통과할 수 있도록 법리 검토를 철저히 한다는 취지다.
토론회에 직접 참석한 추미애 대표는 "헌정질서를 중단시킨 대통령에 대해 할 수 있는 방법은 탄핵 밖에 남지 않았다"며 "탄핵안을 주도면밀하게 점검해 가면서 국회의 탄핵 소추 절차를 착실하게 밟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의 공모 혐의 등이 헌법과 법률에 명백히 위배되는 만큼 탄핵 소추의 요건이 충족됐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에 나선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의 통치 원리와 정부 구성 원리를 정면 부정하고 대통령직을 한 개인에게 귀속시켜 공식적이고 정규적인 국가 체제 자체를 무력화시킨 반헌법적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보다 엄밀한 조사·수사가 있어야 하겠지만 외관 상 대통령이 헌법 상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뇌물수수, 공금횡령등 부정·부패 행위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적지 않다"며 "탄학 요건은 충분히 충족됐다"고 말했다.
◆"탄핵 사유 모두 적어야" vs "최소화해서 신속 결정"
다만 탄핵안에 적시할 구체적 사유를 놓고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직권남용, 강요죄 등 검찰이 밝힌 혐의 외 뇌물죄 등 추가 혐의까지 적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심리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 최종 판결 등을 고려할 때 사유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의 중대한 헌법 위반 사항으로만 탄핵안을 작성하면 헌법재판소 심리가 신속해지는 부분은 있겠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중대한 헌법 위반과 법 위반 사항을 다 적시하는 게 맞다"며 뇌물죄, '세월호 7시간', 역사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폐쇄 등도 탄핵 사유로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현재 공소장 만으로 탄핵 사유를 삼지 말고 언론에서 밝혀진 사실관계에 대해,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및 재벌들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점에 대해 제3자 뇌물죄도 탄핵 사유로 삼자"고 말했다.
그러나 최명성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는 "법 위반 문제인지 정책 결정 사항 문제인지 갑론을박이 가능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 개성공단 폐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을 넣으면 헌법재판소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실제 탄핵 결정을 받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헌법재판소는 탄핵 결정과 관련해 국론분열이나 정치적 혼란의 정도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국민 간 이견이 나뉘는 부분을 적시해 국론분열이 심해지면 탄핵 결정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부정·부패, 뇌물수수, 공금횡령 부분에 집중해 소추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명웅 변호사 역시 "공소 사실 중 직권남용, 강요죄가 형법 상 뇌물죄 보다 약하다고는 하지만 헌법적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탄핵안에 쓴 내용은 헌법재판소가 모두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헌법재판소의 심리 원활과 신속을 기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명백한 사항만 들어가는 게 맞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모아진 의견을 바탕으로 탄핵추진실무준비단 및 최고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윤채나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이영훈 기자 rok665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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