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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비브, 갤럭시S8 이상의 큰 그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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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가전, 반도체에 비브 솔루션 결합해 IoT 기술력 강화

[강민경기자] "많은 업체가 저희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삼성전자와 일하게 됐습니다. 삼성전자만큼 스마트 디바이스 제품군을 많이 보유한 회사가 없었거든요. 인공지능(AI)에 대한 삼성전자의 비전을 들어보니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맥상통하더군요. 삼성전자 제품에 비브 AI 플랫폼이 접목된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될 겁니다."

다그 키틀로스 비브 랩스(Viv Labs) 최고경영자(CEO)는 4일 오후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키틀로스 CEO뿐 아니라 애덤 체이어(Adam Cheyer) 비브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과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부사장)이 자리했다.

비브 랩스(이하 비브)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인수한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의 음성기반 AI 플랫폼 개발업체다. 애플의 음성제어 서비스 '시리(Siri)'를 제작한 핵심 개발자들이 세웠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향후 운영 방안과 비전을 의논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이날 키틀로스 비브 CEO와 체이어 부사장은 간담회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기존에 인수한 루프페이와 스마트싱스를 통해 시너지를 낸 것처럼 비브의 인공지능 솔루션으로 사용자에게 더 큰 즐거움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비브 솔루션을 스마트폰과 가전, 반도체 등 다양한 제품과 통합해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기반 AI 플랫폼, 대체 무슨 뜻일까

비브는 서드파티(제3자기업) 개발자들도 자신의 서비스에 자유롭게 접목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플랫폼을 개발한다. 이를테면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이나 영화 예매 앱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이 플랫폼에 자신의 서비스를 결합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는 손으로 일일이 앱을 내려받아 구동하지 않고도 음성 명령만으로 피자를 시켜 먹거나 영화를 예매할 수 있게 된다.

이인종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제까지 없었던 AI 플랫폼을 형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제3의 앱 없이도 고객이 원하는 것을 수행하는 것이 오픈 플랫폼이고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에 이 AI 플랫폼이 탑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브의 음성기반 플랫폼은 자연어(인간이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 이해 능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체이어 비브 부사장은 "(비브 플랫폼은) 인간 수준에 가까운 95%의 음성인식 정확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디바이스에 계속 내려 왔던 명령을 바탕으로 그들의 실제 목소리가 쌓이고 쌓여 더 발전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다만 다국어 서비스가 개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부사장은 "AI 음성비서 서비스의 정확도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도 "언어 다양성 측면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언어를 모두 제공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좀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용자가 내리는 명령이 어떤 맥락에서 이뤄지는지 파악하는 것도 AI 음성비서의 필수 덕목이다. 음성비서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신랑이 오늘 아침에 하는 말을 들었다"는 말을 '신랑(husband)'으로 알아듣지 못하고 '실랑이(scuffle)'로 잘못 이해할 수 있다.

이 부사장은 "디바이스의 자연어 이해도를 높이려면 단순히 언어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인간 세계의 맥락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며 "그 정도의 높은 정확도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갤럭시S8, AI 비서 탑재하는 첫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8은 삼성전자의 AI 플랫폼이 들어가는 첫 번째 스마트폰이다. 다만 비브와 공동 개발한 솔루션이 들어갈지의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인종 삼성전자 부사장은 "갤럭시S8에 탑재되는 AI 플랫폼의 경우 스마트폰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다른 기기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서 활용 가능하다"며 "완벽한 플랫폼을 만들기 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는 확실치 않지만 완벽함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플랫폼은 앱을 사용할 필요 없이 리모콘처럼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게 해 준다. 여기서 삼성전자와 비브가 집중하는 부분은 다양한 기기를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연결된 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이 플랫폼은 사용자가 처한 상황에 맞는 일을 하는 개인 비서가 될 전망이다.

이 부사장은 "플랫폼의 시작은 아마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며 "이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가 냉장고에게 명령해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보여달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갤럭시S8은 새로운 기술의 출발점에 불과하지만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술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클라우드 기술이다. 기기 하나하나가 '스마트'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기기와 연결해 서로 명령 정보를 공유하려면 하나의 큰 정보체계가 구축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탁기나 전기 오븐 등의 기기들이 마이크와 인터넷만 연결되면 모두 자연어 명령이 가능해지는 세상이 오길 삼성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이 점에 대해서는 향후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한 가지 말하자면, (우리가 만드는) 플랫폼은 현재 시장에 있는 플랫폼 및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비브와 함께 음성기반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갖춘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을 계속 발전시킬 계획이다. 새 기기가 출시될 때마다 생태계가 형성되고, 그 생태계가 플랫폼의 변화를 이끌면서 더 향상돤 AI 서비스가 생겨나리라는 계산이다. 갤럭시S 시리즈로 대표되는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제품군에 해당 기술의 발전이 고스란히 반영될 예정이다.

이 부사장은 "전자 업계에서는 10~15년을 주기로 UI 혁명이 일어난다"며 "80년대에는 마우스가 대중화되면서 그래픽 중심의 UI가 한차례 혁명을 이끌었고 2007년 터치패널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터치 중심으로 UI가 변했으니, 다음 혁명의 주인은 AI가 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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