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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에 떨어진 확률형 '폭탄'…수습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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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규제 벌써 세 번째…자율규제 강화안이 해법

[문영수기자] 게임사들의 핵심 수익모델로 알려진 확률형 아이템을 겨냥한 강력한 규제 법안이 또 다시 발의되면서 게임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이번에는 청소년 이용가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사실상 판매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정치권이 확률형 아이템을 겨냥해 규제 법안을 발의한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로, 게임사들이 직면한 확률형 아이템 규제 국면을 극복하려면 조속히 자율규제 강화안을 공개해 시장과 정치권을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개정안은 10% 이하 기댓값을 갖는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경우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으로 분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될 경우 현재 국내 유통되고 있는 청소년 이용가 게임물 대다수가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실제로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0위권에 진입해 있는 모바일 게임들은 모두 청소년 이용가인 데다 10% 미만의 기댓값을 갖는 확률형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일례로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위를 기록 중인 '모두의마블'의 경우 만 7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받은 게임물로, 게임 내 판매 중인 유료 카드팩 중 'S+'급은 1% 미만의 기댓값을 가지고 있다.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모두의마블'은 해당 확률형 아이템의 판매를 금지하거나, 청소년 이용불가로 재등급 분류를 거쳐야 한다.

◆'충격' 빠진 게임업계

게임업계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이 법안으로 인해 청소년 이용가 게임물이 국내에서는 사실상 괴사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일정 금액을 매달 지급해 게임을 이용하는 월정액 과금 방식이 사장되고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고 일부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는 부분유료화가 대두된 가운데, 핵심 수익 방식인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법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매출원 자체를 차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게임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이 법안이 어떤 괴물 법안으로 바뀔지 알 수 없어 더 우려스럽다"고 운을 떼면서 "입법 취지가 청소년의 과소비 조장을 막겠다는 것인데, 이미 게임은 월결제 한도라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이 법안은 사실상 청소년들의 게임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것으로 취지와 입법 방향 자체가 불일치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게임 이용자를 보호한다는 게임법 취지에는 동감한다"면서도 "입법으로 해당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자율규제로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법안을 발의한 이 의원실은 자율규제만으로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게임업계가 추진 중인 자율규제와 정치권이 앞서 발의한 게임법 개정안은 모두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습득률을 외부에 공개하라는 것이 주된 골자로, 상세한 확률 등을 공개한다고 해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소비가 줄거나 절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이유다.

이 의원은 "현재 게임업계에서 별다른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고 복불복 식의 확률형 아이템과 이를 판매하는 이벤트만을 양산하는 비정상적 비즈니스가 심화되고 있다"며 "특히 절제력이 성인에 비해 더욱 떨어지는 미성년자에게는 정보 공개 외에도 실질적으로 소비를 억제시킬 수 있는 확실한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게임법 개정안이 게임업계 죽이기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소위 '셧다운제'와 달리 이번 개정안은 청소년의 게임 플레이 자체와는 무관해 인권 침해의 요소가 덜하며 게임사들 역시 저확률 아이템을 판매하지만 않으면 등급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자율규제 강화안 조속히 공개해야

정치권이 확률형 아이템을 겨냥한 규제법안을 내놓은 것은 20대 국회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이 의원에 앞서 지난 7월 정우택·노웅래 두 여야 의원이 나란히 확률형 아이템의 습득률 명시를 내세운 법안을 각각 발의한 바 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러시가 여기서 끝이 아닐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원욱 의원 이외에 다른 의원실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머니 또는 게임 포인트의 소모를 대가로 다양한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무작위로 제공하는 아이템을 가리킨다. 현재 다수의 게임에서 주요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도한 과금 유도 및 사행성 조장, 불확실성에 따른 게임사와 게이머 간의 불신, 확률 조작 우려 등 여러 부작용을 유발해 왔다.

게임업계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를 중심으로 지난해 7월부터 게임 내 유료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구간별 습득률 등을 공개하는 자율규제를 시행했으나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이 조사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임이용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 90.6%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피력했고, 94.2%의 이용자가 자율규제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업계가 직면한 정치권의 연이은 규제 시도를 극복하려면 결국 게임사들의 자발적이고 책임감 있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화안을 조속히 공개해 등돌린 이용자와 정치권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화안의 경우 현재 외부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장(중앙대 교수)은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화안을 신속히 내놓는 것은 물론, 언론과 학계를 우군으로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지속적으로 알려 이슈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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