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기자] 여권에 의해 재점화된 개헌 논의가 국감 이후 본격화될 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87년 체제'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어느 때보다 개헌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개헌 주장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의장과 의원들이 개헌 논의에 나선다면 논의를 거부할 순 없다"며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완료한 이후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여권발 개헌론에 즉각 제동을 걸었지만, 개헌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비박계 김성태 의원에 이어 정병국 의원은 14일 "1%만 이겨도 모든 것을 다 가져가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사회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내 주류인 친박계도 내심 찬성하는 분위기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개헌을 통해 외치는 당내 강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치는 친박계 내각이 맡는 안을 생각하고 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지난 14일 통화에서 "북핵 도발 등 국제질서가 엄중해지는 가운데 대통령은 외치만 담당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은 반 총장과 친박계의 역할 분담을 통한 이원집정부제 가능성을 언급했다. 진박이라 불리는 정종섭 의원이 다음 달에 개헌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야권에서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헌 논의를 이끌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반패권지대'를 강조하며 여야를 넘어선 개헌 논의에 앞장서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임기가 반으로 줄더라도 국가를 위해 개헌하겠다는 대통령 후보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손학규 전 상임고문 역시 지난달 '새로운 권력과 정치질서'를 거론하며 개헌론에 힘을 보탰다. 또한 김부겸 의원도 '제7공화국'을 내세우며 개헌 필요성에 동의했다. 야권에서는 비문재인계 후보들이 개헌을 매개로 연합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계속되고 있다.
개헌이 실제로 이뤄지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여권발 개헌론에 대해 "미르재단과 최순실 의혹의 초점을 흩트리려는 정치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의 유력주자인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개헌에 소극적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력 구조 중심의 원포인트 개헌을 강하게 추진했지만, 당시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박근혜 후보가 반대하면서 이루지 못한 경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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