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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밀레, '외산가전 무덤' 韓서도 매년 두자릿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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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밀레 회장 "한국 사정에 맞는 현지 마케팅 강화하겠다"

[강민경기자] 독일계 프리미엄 가전업체 밀레(Miele)가 2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 퇴임식 겸 고희경 신임대표 취임식을 진행했다.

이날 방한한 밀레 독일본사의 마르쿠스 밀레 공동회장과 악셀 크닐 마케팅·영업부문 최고경영자(CEO)는 행사에 직접 참석해 안규문 대표의 정년퇴임과 고희경 대표의 취임을 축하했다.

그는 안 대표가 그동안 밀레코리아에서 쌓아 온 성과를 조명하고, 고 대표를 소개하며 글로벌 사업 현황과 함께 향후 한국 시장에서의 전략을 발표했다.

◆4대째 내려오는 가족기업 밀레, 어떤 곳일까?

밀레는 1899년에 창립된 유서 깊은 가전업체다. 이 업체의 특이한 점은, 공동 창업자인 밀레(Miele) 가문과 진칸(Zinkann) 가문이 번갈아 가며 4대째 가족 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문은 밀레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 밀레 가문은 기술부문을 담당하고, 진칸 가문은 경영부문을 맡고 있다. 지분 비율은 밀레 가문이 51%, 진칸 가문이 49%다.

이 두 가문은 공동경영을 해 온 116년간 한 번도 경영다툼을 벌인 적이 없다. 이는 철저한 역할분담과 협력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일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 세대를 거칠 때마다 한 집안이 독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술부문과 경영부문의 대표를 번갈아 맡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밀레의 공동회장은 진칸 가문의 라인하르트 진칸을 비롯해 이날 방한한 마르쿠스 밀레가 맡고 있다. 밀레 이사회에는 공동회장 2인 외에도 각 분야의 전문경영인 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만장일치제의 독특한 운영 방침을 갖고 있다.

밀레는 2015~2016년 기준(6월30일 결산) 연간 총 37억1천만유로(한화 약 4조8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대비 6.4%의 성장한 것. 매출 증대의 요인은 주요 시장인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신흥시장인 미국, 캐나다, 호주 및 아시아권에서의 실적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숫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 세계 매출에서 밀레코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러나 밀레코리아는 토종 업체가 절대적으로 우세한 국내 시장에서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밀레코리아가 국내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품목은 ▲진공청소기 ▲드럼세탁기 ▲식기세척기 ▲인덕션 ▲전기오븐 ▲빌트인 주방가전 등이다.

마르쿠스 밀레 회장은 "밀레코리아가 그동안 다양한 품목군에서 매출 증진을 이끌어낸 성과가 있어 본사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기대하고 있다"며 "향후 한국 시장에 맞는 현지 마케팅을 강화해 한국에서의 기업 신뢰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마르쿠스 밀레 회장 "안규문 대표, B2B→B2C 사업구조 전환 성공"

오는 30일 정년퇴임을 앞둔 안규문 대표는 2003년 밀레의 한국 총판 '코미상사'를 거쳐 2005부터 밀레코리아 지사장을 맡았다.

안 대표가 취임할 당시 밀레코리아는 가전제품을 건설사에 대량 납품하는 기업간거래(B2B) 사업 중심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안 대표는 건설경기가 불안해질 것을 우려해 사업 구조를 기업-소비자간거래(B2C) 방향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밀레코리아는 국내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점차 이름을 알리게 됐고, 2016년 현재 밀레코리아의 매출 중 90%는 B2C에서 발생하고 있다.

안 대표 백화점 및 대리점 중심의 오프라인 판매에서 온라인 판매로 제품 유통망을 확대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진공청소기 제품의 매출이 크게 확대됐다. 또한 외산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자체 사후서비스(A/S)망을 구축해 제품 사용자가 24시간 내 제품 수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밀레코리아는 '외산가전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삼성전자, LG전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내 가전시장에서도 -1.3%의 역성장을 기록했던 지난 2008~2009년을 제외하면 매년 평균 20%의 매출 성장률을 거두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사이에 매출 규모는 약 410% 성장했다.

B2B 사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30여층으로 구성된 주거용 오피스텔에 고가형 빌트인 가전제품을 납품했다. 이외에도 국내 제약사에 세탁장비를 납품하고,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살균세척기 12대를 공급하는 등 특정 분야 전문업체에 기기를 납품하는 '프로페셔널 비즈니스'에도 주력하고 있다.

안규문 대표는 "국내 업체 위주의 한국 시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가전업체가 밀레"라며 "삼성전자, LG전자가 프리미엄 가전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전체적인 프리미엄 가전 시장이 커지게 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희경 신임대표 "소비재 사업 경험 살려 매출 두 배 성장 이끌 것"

고희경 밀레코리아 신임대표는 질레트코리아, 유니레버코리아 등 소비재 분야에서 마케팅 경력을 쌓아 온 베테랑이다. 고 대표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 공격적인 소비자 마케팅과 유통망 다각화를 통해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고 대표는 "여태까지 밀레코리아는 세탁기, 식기세척기, 청소기 등 3종의 생활과전에만 집중된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며 "앞으로는 요리할 때 쓰이는 주방가전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 성장동력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제품 체험 마케팅'을 이전보다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업체들처럼 대대적인 TV광고에 집중하지 않고, '쿠킹클래스'나 '쿠킹쇼' 등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제품을 사용했던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비록 파급 속도는 TV광고보다 느리지만, 직접 써 본 소비자의 입소문을 통해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고희경 대표는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단기간에 매출이 현재 수준보다 두 배 신장(더블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고가형 가전제품뿐 아니라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이면서 소비자층을 폭넓게 가져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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