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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댁의 가계통신비는 얼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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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요금인하 부추기는 정치권, 포퓰리즘에 멍드는 통신시장

국정감사에 맞춰 정치권의 통신 요금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단말기 지원금 상향이나 요금할인 확대, 기본료 폐지 등 내년 대선까지 염두에 둔 가계비 절감 공약의 타깃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와 업계가 이에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논란을 2회에 걸쳐 다뤄본다. [편집자주]

[박영례,민혜정기자]#학업 등 이유로 미국 남부에서 1년 체류하게 된 A씨. 현지에서 나름 저렴하다는 T모바일 선불폰을 구입하고 초고속인터넷을 설치했더니 한 달 100달러 이상이 훌쩍 나가게 생겼다. 그 값이면 한국에서는 신형 스마트폰에 초고속인터넷과 전화, IPTV를 모두 쓸 수 있는데…….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결국 케이블TV 신청은 포기해야 했다.

#3년 전 미국에 1년가량 머물렀던 B씨는 귀국한 뒤 더는 한국 서비스를 불평하지 않는다. 현지생활의 불편함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무데나 두고 간 택배를 찾느라 골탕 먹기 일쑤. 받는 전화나 문자도 요금을 내니 배송확인 문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인터넷은 셋톱박스에 공유기까지 사두고도 설치비만 200달러, 저렴한 피쳐폰도 월 요금은 단말기 값을 빼고도 50달러가 넘었다. 오히려 쓰던 스마트폰에 와이파이만 연결하니 카톡이나 보이스톡으로 간단한 안부는 그냥 해결됐다. 편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통신사들은 끝났구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잠깐 여행과 달리 유학이나 연수, 주재원과 같이 해외 체류를 해보면 불평 많던 우리 서비스 경쟁력을 새삼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과 같은 선진시장의 경우 높은 물가와 함께 비싼 통신요금도 그 중 하나. 분명 개인차는 있겠지만 서비스 신청부터 가입, 설치나 개통까지 복잡한 절차와 비용, 시간 등을 경험하고 나면 한국의 통신요금이 저렴하거나 서비스가 좋다고 느껴질 정도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통신요금은 꾸준히 하락,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주요 국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지난해 OECD가 발표한 '디지털 이코노미 아웃룩 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수준은 34개 국가 중 저렴한 순으로 8~19위를 차지했다. OECD 평균 보다 구간에 따라 15~40% 가량 저렴했다.

특히 처음 집계된 결합상품(초고속인터넷+유선전화+TV+이동전화) 비교에서도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저렴했다.

OECD는 2년마다 음성, 문자, 데이터 등 총 5개 통신서비스에 대해 각국 물가 및 소득 수준 등을 감안한 구매력평가환율(PPP) 기준으로 국가별 순위를 매기고 있다. 2015년 우리나라 순위는 2013년보다 저렴한 면에서 1~8계단 올라갔다. 우리 요금 수준이 2년 새 더 저렴해졌다는 얘기다.

◆가계통신비 논란 왜?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우리 가계통신비가 다시 논란이다. 당장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이동통신 기본료나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 폐지, 선택형 요금할인 확대 등을 관철,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가계통신비 역시 최근 몇 년 새 꾸준히 하락 추세다. 통계청 2분기 가계 동향에 따르면 2014년 월평균 15만원이던 통신비는 지난해 14만7천원, 올 들어 2분기 14만6천원까지 떨어졌다.

특히 가계통신비 중 휴대폰 구입을 뜻하는 통신장비를 제외한 순수 통신비는 2분기 12만4천200원으로 1분기 12만5천600원은 물론, 지난해 2분기 12만4천800원 보다도 떨어졌다.

같은 기간 자동차 구입 및 해외여행 등이 늘면서 교통비 및 오락문화비가 각각 1.4%와 2.1% 증가한 것과는 대조를 보이는 대목. 또 같은 기간 가계소득 역시 0.8% 가량 늘었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가계 소비지출 중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에서 5.8%로 1.2%포인트나 줄었다. 12대 품목 중 가장 많이 비중이 줄어든 것.

이처럼 가계지출 중 통신비 비중은 5%대로 주류담배와 가정용품 다음으로 낮은 데도 정치권은 통신비가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이를 획기적으로 줄여 가계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주장을 앞세우고 있는 셈이다.

이는 가계통신비에 단말기 구입비는 물론, 통신비와 함께 청구되는 소액결제비, 콘텐츠 이용료까지 통신비로 오인하는 일종의 착시까지 더해져 통신비가 가계 부담의 주범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퓰리즘에 멍드는 통신시장

이 같은 상황에도 정치권은 때만 되면 여론을 의식해 가계통신비 인하를 공약처럼 앞세우고 있다. 통신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고,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붓고도 요금인하와 같은 소비자 혜택은 외면하고 있다는 반기업 정서까지 부추기고 있는 것.

가령 한해 7조~8조 원가량 드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현행 1만1천원 수준의 기본료를 폐지, 전국민이 통신비 인하를 체감할 수 있다는 식이다. 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으로 통신3사 지원금이 대폭 줄면서 영업익이 급증한 만큼 선택약정할인율을 현행 20%에서 30%까지 늘려 소비자혜택을 늘리자는 식이다.

현재 이같은 내용의 단통법 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줄줄이 발의, 국회 처리를 대기 중으로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 주요과제 중 하나로 ‘통신비 절감’을 꼽고 총력 대응을 결의한 상태고, 국민의당도 "가계통신비로 서민들의 고충이 심각하다"며 신용현 의원이 발의한 선택약정할인율 30% 확대 개정안의 국회통과에 화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참여연대나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도 기본료 폐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녹소연의 경우 신경민 의원과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한 단통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마케팅 비용을 줄여 기본료를 폐지하거나, 상한제가 이통사의 지원금 경쟁을 막고 있어 이를 내년 일몰 전에 앞당겨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녹소연 윤문용 정책국장은 기본료 폐지와 관련 "이통3사의 LTE 망 구축이 이미 완료, 그로인해 막대한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며 "이미 LTE에서 얻은 수익으로 5G 투자 여력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통신3사와 같은 민간 기업의 서비스 요금 인하를 강제할 법적 근거도 없는데다 이의 실현 역시 현실적으로도 어렵다는 점이다.

가령 기본료 폐지 시 통신 3사가 포기해야 하는 매출은 현 가입자 기반 6조 6천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여기에 현행 20% 수준인 선택약정할인율을 30%까지 확대할 경우도 9월 현재 선택약정할인 가입자 1천만명 기준, 2년간 월평균 매출(ARPU) 3만6천원의 30% 할인을 적용하면 단순 계산만으로 2조6천억원 가량의 매출 감소가 발생한다.

더불어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할 경우 2014년과 같은 보조금 과열 경쟁이 재연, 이로 인한 마케팅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2014년 이통3사의 마케팅 비용은 9조원에 육박했다. 결국 투자와 마케팅비를 줄이면서 지원금은 늘리고, 기본료는 없애라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업계 현실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통신3사 매출은 50조원대로 지난 2013년 이후 줄곧 역성장 하고 있다. 영업익은 지난해 기저효과까지 더해져 개선된 듯 보여도 영업이익률은 평균 7% 선에 그치고 있다. 실적 둔화로 투자비도 줄고 있지만 지난해 약 7조원을 투자했다. 최근 3년 매출 대비 투자비율은 평균 14%다. 5세대(5G) 등 차세대 서비스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이 10%대, 매출 대비 설비투자가 12% 선임을 감안하면 서비스 업체인 통신사들은 제조업체보다 낮은 영업이익률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재원 마련 없이 복지 공약만 앞세우는 포퓰리즘이 통신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통신3사는 정치권의 공세 속 지난 2011년에도 요금 1천원을 일괄 인하한 바 있다. 이 여파로 2011년 4조원대에 달하던 영업익은 2012년 3조원대로 떨어졌고 이후 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본료 폐지 등 인위적인 요금 인하에 대해서는 정부는 물론 전문가들도 회의적이다. 이미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기본료 및 단통법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보다는 시장 경쟁을 촉진, 경쟁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통신 생태계 전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래부 양환정 통신정책국장은 법 개정을 통한 국회의 요금 인하 움직임에 "의원 입법이라 주무 부처로서 협의할 것"이라면서도 "기본료 폐지(반대) 등에 대한 정책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사실 (민간 사업자인) 통신업체에 요금 인하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며 "우리는 이를 강제하기보다 알뜰폰 등과 같이 자율 경쟁을 촉진, 이용자 후생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은 "지난 2011년에도 여당이 나서 통신료 1천원을 일괄 인하했지만 효과보다 오히려 통신사 이익이 급감해 LTE 투자 위축 등 불안감만 키웠다"며 "기본료 폐지 방식의 요금인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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