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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친화정책 강화…지배구조 투자전략 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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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證 "관련 제도·사회여건 달라져…주주가치 높아질 것"

[이혜경기자]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제도와 여건이 달라지고 있어 관련 투자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한국투자증권의 윤태호 애널리스트는 "야당의 지배구조 관련 법안 입법화로 재벌기업의 차후 행보에 대한 금융시장, 여론, 정치권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며 이 같이 진단했다.

총선 이후 야당의 적극적인 법안 발의가 예상됐지만, 당초 예상보다 법안의 수위가 높고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는 설명이다.

윤 애널리스트는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정치권, 정부 산하기관 또한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을 피력하는 상황"이라며 "재벌기업이 법안에 떠밀려 미숙한 방식으로 지주 전환을 시도하지는 않겠지만, 대안 없이 안일한 태도로 지켜볼 것이라는 해석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를 감안해 금융시장과 여론, 정치권 상황에 따라 신속히 진행하거나, 순차적인 단계를 밞아가는 경우 등 두 가지 선택지를 모두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지배구조개편 방향의 윤곽을 드러냈지만, 현대차, 롯데 등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CJ, LG, 한화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 필요하고, SK는 하이닉스 중심 사업개편이 필요한 상태다.

윤 애널리스트는 "위 기업들 가장 큰 이슈는 승계문제인데, 이들이 모두 지주로 전환해야 할 당위성은 없다"며 "기업별로 최소한의 비용을 투입해서 지배구조 체제를 유지할지, 긴 안목으로 지주전환을 시도할지는 기업의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 여부를 떠나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오너/주주의 함수를 고려한다면 주주 가치는 한 단계 높아질 가능성이 높으며, 과거와 다르게 피해주로 분류되던 회사에서 투자 기회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윤 애널리스트의 판단이다.

그는 특히 최근 이슈화된 ▲삼성물산-제일모직 법원 판결 ▲ 스튜어드 코드 도입 ▲삼성전자 지배구조개편 사례가 전통적인 지배구조 투자전략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봤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판결…법원 "객관적 기업가치 반영해야"

삼성물산-제일모직 관련 판결의 경우, 지난 5월 31일에 서울 고법에서 소액주주 제기 삼성물산 매수청구가격 소송에서 일성신약을 비롯한 소액주주에게 승소판결을 내린 것을 말한다. 서울고법의 판결은 2심이고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아있지만, 지배구조개편(합병, 지분승계 등)을 준비하는 재벌기업에게는 당황스러운 결과이기 때문에 시장의 투자전략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은 (옛)삼성물산의 매수청구가격이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기에 기존 매수청구가 5만7천234원에서 16.4% 상향된 6만6천602원이 공정하다고 판결했다. 매수청구가는 합병일을 기준으로 2개월, 1달, 1주일 간 형성된 종가를 기준으로 정하게 돼 있지만, 제일모직 상장 후 (옛)삼성물산의 시장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석하고 (옛)삼성물산의 매수청구가격 기준을 합병일인 2015년 5월이 아닌 2014년 12월 18일을 기준으로 산정했다(제일모직은 2015년 5월 가격 적용).

윤 애널리스트는 "서울고법은 적법한 절차를 거친 합병일지라도 회사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며 "통용되는 상법과 자본시장법을 초월한 법의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옛)삼성물산 소액주주의 보상금은 지엽적인 이슈이고, 재판 결과가 타 사안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삼성뿐만이 아니라 오너 지분가치 극대화 논리로 피인수 두려움(예:삼성전자 혹은 타 그룹의 핵심회사)에 주가에 디스카운트를 받았던 기업들은 디스카운트의 해소 요인이 될 것이며, 관련 주식 투자에 있어서도 막연한 피해 우려도 점차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지배구조 개편목적으로 합병을 준비하는 다른 기업들은 합병비율, 매수청구가격 산정에 더욱 신중할 것으로 보이며, 소외됐던 소액주주 입장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시장 분위기가 전환될 것으로 관측했다.

◆스튜어드코드 도입시 기관 영향력 강화

윤 애널리스트는 아울러 올해 금융위 지휘 아래 도입될 한국형 스튜어드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와 관련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과 영향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형 스튜어드코드 도입 이후 예상되는 가장 큰 변화로 의결권 자문 서비스(ISS, 글래스루이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의 영향력 증대를 꼽았다.

윤 애널리스트는 "과거 KB금융의 사외이사 선임 파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 등에서는 의결권 자문기관의 권고사항이 최종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못 미쳤지만, 수탁자 의무를 강조하는 스튜어드코드가 도입되면 명백히 주주가치와 기업/오너/경영진 가치가 대립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관투자자가 이례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스튜어드코드 도입 후 의결권 자문 서비스 기관의 권고사항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지금까지는 경영진 다툼, 그룹총수의 무리한 사업 강행에서도 기관투자자는 소극적인 주식 매도 외에 대응 방안이 없었지만 향후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늘어날 것이고, 기업은 의사결정과 경영권 방어에서도 주주와 교류하는 내부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한국형 스튜어드코드 도입은 주주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주주 권익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전자의 주주친화적 개편, 타 기업도 따를 듯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최근의 삼성이 오너일가 지분가치 극대화의 논리보다 주주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노이즈 없는 안정적인 개편에 더욱 무게를 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생명 등 계열사의 주주가 아닌 삼성전자 주주의 표심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외국인 지분율 51.07%). 이로 미뤄 주주친화정책,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주가 상승이라는 3박자로 삼성의 향후 의사결정과 주주의 지지에도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진단했다.

향후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실시한다면 장기적인 주주 친화정책(배당, 자사주 매입)과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와 비전(전장부품, 바이오, OLED, 반도체 등) 제시를 병행하면서 분할의 당위성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했다.

윤 애널리스트는 "삼성의 의사결정이 주주와 눈높이를 맞추고 주주가치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개편을 준비 중인 타 기업에게도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현재 경영권 승계를 준비 중인 핵심 재벌기업의 오너 지분율은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고 외국인 지분율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합병, 분할, 지주전환 등 과정에서 주주의 표심이 중요하다"며 "삼성의 사례를 기반으로 주주들은 타 기업의 경영권 승계 정당성, 개편 이후 기업 성장 방향, 주주친화정책에 대해서 더욱 적극적인 대응할 것"으로 관측했다.

또한 "삼성 사례를 기반으로 금융시장은 오너 3세 경영권 승계가 실질적인 기업가치 개선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를 의사결정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며 "기업도 이에 상응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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