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거대한 만화 시장을 지닌 미국에 이른바 '넷플릭스' 방식의 서비스가 도입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넷플릭스(Netflix)는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월정액으로 무제한 시청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업체다.
12일 신한금융투자의 오경석 애널리스트는 "미국 아마존의 만화 플랫폼인 코믹솔로지(ComiXology)가 보유 작품에 대해 지난 5월 24일부터 월정액 무제한 구독 서비스를 개시했다"며 "월간 5.99달러에 방대한 양의 작품(콘텐츠 라이브러리 총 7만5천여 개) 구독이 가능한데, 이는 사실상 디지털 만화 플랫폼의 넷플릭스"라고 지적했다.

'코믹솔로지 무제한(ComiXology Unlimited)' 로고 표시 작품은 디지털에서 자유롭게 이용 할 수 있다. 보유 단말기에 콘텐츠를 내려받아 오프라인에서 읽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오 애널리스트는 "일반 디지털만화가 권당 0.99~3.99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서비스의 과금 체계는 상당히 저렴한 것"이라며 "가격만 놓고 보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획기적 서비스"라고 평가했다.
이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크다는 설명이다. 북미 웹툰 시장 매출은 2010년 800만달러에서 2014년 1억달러까지 급성장했지만 성장세는 급격히 둔화된 상황이다. 2010년에는 전년 대비 700%에 달했던 북미 웹툰 시장의 매출 성장률은 2014년에는 11%까지 축소됐다(美 만화/게임 콘텐츠 분석기관 'ICv2' 자료).
오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성장률 둔화로 인해 전통 만화 시장의 퇴화를 대체한 디지털이 성장 동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며 "이 때문에 과거 영상 콘텐츠의 시장 변화를 선도했던 넷플릭스처럼 만화 시장에도 그 역할론에 대한 필요성이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마존 코믹솔로지의 무제한 구독 서비스가 실제로 정체된 만화 시장 분위기 반전을 위한 카드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믹솔로지의 서비스에는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판타스틱 4 등 인기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마블(Marvel)과 슈퍼맨, 배트맨 등 유명 IP를 지닌 DC 코믹스의 작품들은 제외됐다는 것이다. 마블과 DC의 만화는 만화 소매유통 시장에서 각각 43%와 26%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콘텐츠 파워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라고 오 애널리스트는 풀이했다.
◆만화의 넷플릭스화, 파생효과 다양할 것
그럼에도 이 서비스의 의미는 높게 평가했다. 오 애널리스트는 "이미 콘텐츠의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지 오래"라며 "관건은 콘텐츠 파워를 등에 업은 플랫폼의 역할 다변화"라고 지적했다.
'만화의 넷플릭스화'가 이뤄지면 IP를 활용한 머천다이즈 상품 개발과 판매가 가능하고, 트래픽 증가 효과가 큰 인기 콘텐츠는 광고에도 긍정적이란 설명이다. 또한 콘텐츠 흥행을 통한 매출 증대 외에도 플랫폼 지위 강화도 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 애널리스트는 '만화의 넷플릭스화' 흐름과 관련된 종목으로 미국 증시에서는 아마존, 월트 디즈니를, 국내 증시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미스터블루를 각각 제시했다.
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아마존(AMZN US)은 지난 2014년에 코믹솔로지를 인수하며 만화 콘텐츠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처럼 월정액 무제한 구독 서비스를 개시했다. 콘텐츠 이용자 유입을 활용해 상품 판매와 온라인 유통 지배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월트 디즈니(DIS US)는 글로벌 1위의 콘텐츠 사업자로, 연간 매출액은 60조원에 달한다. 마블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만화의 영화화 측면에서 시너지효과 창출이 용이하다는 평가다.

국내의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을 제공한다. 포털 사업자의 지위를 기반으로 압도적인 이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로 웹툰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미스터블루의 경우 국내 최초 만화전문 플랫폼이다. 단순 만화 유통뿐 아니라 만화 창작자를 자체 육성하고 있다.
오 애널리스트는 "국내에서는 아직 넷플릭스식 사업모델이 성공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래픽 확대를 위한 콘텐츠 활용이 다각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점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