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나기자]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마련한 '8.9 전당대회' 모바일 투표 도입 안이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소집한 의원총회에서 친박계와 비박계가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친박계인 김태흠 의원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당내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 번도 경험하거나 치러보지 않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때 투표율 제고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60대 이상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어르신들에게는 기회의 불균등"이라며 "투표의 평등, 비밀에 대해 100% 완벽할 때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친박계인 이완영 의원도 "모바일 투표는 연령의 형평성, 비밀투표, 평등투표가 보장 안 된다"며 "이미 더불어민주당, 통합진보당에서 모바일 투표의 비리가 포착되지 않았느냐. 실패한 선거를 도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비박계인 권성동 의원은 "많은 국민과 당원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우리 당이 20대 총선 패배를 딛고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무조건 투표율이 높아져야 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모바일 투표의 문제점이 분명히 있지만, 장점이 문제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차원에서 투표율 제고를 위해 모바일 투표를 찬성한 것"이라며 "우리 당이 노쇠한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젊은이에게 다가가기 위해 IT 기술을 접목한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의 집단 지도체제를 당 대표의 권한이 강화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변경하는 안, 당 대표 경선에 '컷오프'를 도입하는 안에 대해서는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완영 의원은 단일지도체제에 대해 "좋은 생각이라고 찬성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권성동 의원은 "1등한 사람이나 5등한 사람이나 동등한 권한을 가지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컷오프에 대해선 후보 난립 속 적은 득표율을 기록하고도 당 대표에 선출된다면 대표성을 갖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찬성 의견이 다수 나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혁신비대위는 이 같은 당내 의견을 바탕으로 조만간 혁신안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모바일 투표 도입은 '없던 일'이 될 공산이 크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게임의 룰에 대해 합의가 안 되면 모바일 투표 도입이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명재 사무총장도 의원들에게 이견이 있으면 도입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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