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기자] 가상현실(VR) 전문가들이 모여 VR 콘텐츠의 가능성을 예상하고 현장의 정보를 전달하는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 이하 문체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송성각, 이하 진흥원)과 함께 28일 서울 중구 문화창조벤처단지 16층 콘퍼런스룸에서 VR 토크 콘서트 '스타트 케이-가상현실(Start K-VR)'을 개최했다.
이번 토크 콘서트는 VR 콘텐츠 산업의 세계적 동향을 살펴보고 우리가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 오큘러스VR 코리아 지사장이었던 서동일 볼레크리에이티브 대표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토크 콘서트는 3개 분과(세션)로 나뉘어 진행됐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급성장할 VR 시장
'VR 비즈니스 글로벌 트렌드'를 주제로 진행된 1분과에는 김여명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 과장과 김일 매니아마인드 대표, 오재홍 아두니티 CTO가 참여했다.
이들은 VR 기기가 결과적으로 실패한 3D TV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3D TV는 '3D로 본다'는 기능 외에 이전 TV 산업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VR은 다르다는 것이다. VR은 이전과 다른,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으며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3D TV와 달리 대중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김여명 SIEK 과장은 "디자인이나 착용감, 시야각 등을 개선해야 하지만 우선 VR 기기를 생산해 소비자가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VR 기기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후 이용자가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표자(패널)들은 PC와 콘솔, 모바일 등으로 VR 기기 플랫폼이 나뉘어 있는데 이 중에서 무엇이 잘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VR 시장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PC와 콘솔 기반 콘텐츠가 질(퀄리티)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낫지만 모바일 기기는 강력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들이 조화를 이룬다면 VR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VR 콘텐츠를 준비하는 사람을 위한 조언도 남겼다. 김일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만화책을 많이 읽었는데 이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콘텐츠 개발을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오재홍 CTO는 "현재 VR 게임 시장에서 대세 장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무엇을 보여주려 하기보다는 VR을 분석하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게임 개발자에 대한 조언을 남겼다.
◆UI와 어지러움은 VR 게임이 해결해야 하는 숙제
2분과에서는 '게임(CG) 기반 VR 콘텐츠 제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곽준영 디이씨코리아 대표와 박종하 이토이랩 대표, 조용석 포켓메모리 대표는 자신의 개발 경험을 토대로 VR 게임에 관해 토론했다.
VR 게임을 개발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이용자 인터페이스(UI)다. UI를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현실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컴퓨터 그래픽(CG)을 만들고 배치하는 것뿐 아니라 카메라 시점과 음향(사운드) 등을 이용해 현장감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VR 콘텐츠를 즐길 때 발생하는 '어지러움(멀미)'에 대해서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곽준영 대표는 "VR 기기의 성능이 낮아서 이용자의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기기가 발전하면 많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며 "과거 1인칭 슈팅(FPS)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때 수많은 사람이 어지러움을 호소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이용자가 적응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하 대표는 "이용자의 이동 방향과 시선, 조작(컨트롤)에 따라 어지러움이 적어지는 경우도 있다. 움직임이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실과의 이질감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요즘 게임에서 많이 사용하는 언리얼과 유니티 엔진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조용석 대표는 "유니티 엔진은 확장성이나 대중성에 적합하며 언리얼은 고해상도 이미지 작업에 적합하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상호작용은 없지만 사실성이 뛰어난 VR 영상
'영상 기반 VR 콘텐츠 제작'과 관련해서는 권기호 베레스트 대표와 전우열 벤타브이알 대표, 최은용 VRN 부장이 논의를 진행했다.
영상은 게임과 달리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콘텐츠다. 이 때문에 VR 영상은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존 영상보다 더 많은 카메라를 동원해 다양한 각도에서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연결해야 한다.
또한 VR 영상은 기존 2D에 비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다. 특히 이용자가 어떤 부분을 시청할지 모르기 때문에 360도 모든 부분에 재미 요소를 넣어야 한다. 촬영하는 카메라가 많으면 많을수록 영상의 퀄리티는 높아지지만 대신 작업량이 늘어나는 단점도 존재한다.
대신 영상은 PC나 콘솔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모바일 기기에서도 이용자에게 VR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 이용자가 가본 적이 없는 여행지를 보거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도 VR 영상의 장점이다.
다만 아직 2D 영상에 비해 떨어지는 화질과 실시간 방송(라이브 스트리밍)이 어렵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전우열 대표는 "촬영 기법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기기 성능 한계 때문이다. 이용자가 많이 보는 앞쪽 영상의 화질을 높이고 상대적으로 적게 보는 뒤쪽을 낮추는 편법으로 이를 해소하고 있다"며 자신만의 방법(노하우)을 전달했다.
권기호 대표는 "실시간 중계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PC와 카메라를 연결해야 한다. 기기가 발전하면 더 나은 환경 속에서 VR 영상 제작이 가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번 행사의 진행을 맡은 정석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VR분과위원장은 "오늘 참석한 패널과 콘텐츠 제작을 준비하는 사람 모두 좋은 성과가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 VR 관련해서 다양한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영기자 sicr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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