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나 IT(정보기술) 서비스 산업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SI(시스템통합) 산업이다. 매출 비중이 클 뿐 아니라,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대표주자로 뛰고 있기 때문.

단위 솔루션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직접 마케팅도 하지만 대부분 SI 업체를 통한다. SI업체는 IT서비스의 최대 공급자이자 최대 수요자인 셈이다.
그러나 SI에 대한 산업적인 분석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산업의 정보화를 앞당기는 국가기간산업으로 보고 육성하자는 이야기는 많았다.
하지만 ‘관계사 의존도가 높다’는 태생적인 문제를 화두로 국내 IT서비스 산업을 분석하고, 이를 서비스 구조 고도화나 기업경쟁력 강화 방안으로까지 연계시킨 건 드물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이주헌 www.kisdi.re.kr)이 내놓은 ‘한국의 IT 서비스 산업 이슈 분석’(이슈리포트8호)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를 분석틀로 삼았기 때문이다.
한국 IT서비스 시장을 그룹 관계사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captive market)과 그 외의 시장(non-captive market)으로 나누고, ‘그룹 관계사에 의존하는 SI 업계의 매출 구조가 외부 사업에서 저가경쟁을 부르고,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주장한 것.
리포트를 작성한 이경원 박사(37, 정보산업연구실 경제학)는 “연구자는 가치판단을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룹 계열 SI업체의 하청방식이나 이로 인한 업계의 불만 때문에 연구를 시작한 게 아니다. 각각의 독점 시장을 갖고 있는 특성을 분석하다 보니, SI업계가 관계사 매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설명.
이 박사는 “기업전산실에서 출발한 SI업체들의 역사성은 개별 독점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가격은 높아지고 질은 떨어지는 독점의 폐해가 존재한다”며 “IT서비스의 경우 관계 친화성과 전환 비용이 높아 한번 수요자와 공급사간에 관계가 형성되면 장기적이며 고착화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시스템 도입후 업그레이드나 추가 구축이 필요한 경우 수요자는 대부분 기존 서비스 기업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는 곧 공급자(SI업체)의 가격협상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빅3 SI업체의 전체 영업이익률은 1~2% 내외에 그치는 반면, 그룹내 영업이익률은 10~15%에 이른다.
그는 또 “관계사 매출 의존도가 크다는 것은 (독점으로 인해 그룹사 정보시스템이 비싸게 구축된다는 것외에도) 공급사에게 도덕적 해이를 유발해 외부사업에서 밀어내기식 경쟁을 일삼게 하고 있다”며 “업체가 자발적으로 그룹내 수요를 줄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룹사 의존율을 줄이기 위한 사회조직적인 연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룹내 매출비중을 줄이면, 수요자와 공급자간에 어떤 이득이 있는가에 대해 정부가 규제정책을 펴고 있는 통신업체와 비교했다.
통신사업자의 경우 초기투자가 많아 정부에 의한 시장 창출이 이뤄진다. 따라서 공공재 성격이 크다.
반면 SI산업은 정보화를 선도한 그룹사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 정부가 들어간 케이스. 초기 투자 비용도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어떤 공정경쟁 정책을 펼수 있을까.
이경원 박사는 “SI업계의 관계사 매출 의존도가 전체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지만, 이런 구조는 당분간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비효율성이 지적된 만큼 국가정보화를 앞당기기 위한 사회조직적인 연구가 이뤄져서 이를 바탕으로 IT서비스 산업에도 공정경쟁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생각은 소프트웨어 업계에도 공정경쟁의 룰이 필요하다는 이주헌 KISDI 원장의 의지와도 맞아 떨어진다. 그는 KISDI가 SI 3강만 살아남는게 아니라 여러기업이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정책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경원 박사는 미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3년전부터 KISDI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기업인증(벤처인증)에대한 연구를 진행, 기업 인증 제도가 업계에 도덕적 해이를 유발해서 벤처산업의 경쟁력을 낮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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