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기자] 정부가 국내에서 판매된 한국닛산의 캐시카이 차량에서 배출가스 불법조작 임의설정 장치가 발견됐다고 16일 발표했다. 지난해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후폭풍이 닛산 브랜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환경부가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동안 국내 판매된 경유차 20개 차종을 조사한 결과, 한국닛산이 수입·판매한 캐시카이 유로6 모델 차량은 배출가스 일부를 연소실로 재유입시키는 배출가스 재순환장치를 엔진 흡기온도 35도(℃)에서 작동 중단되도록 설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닛산 캐시카이는 실내 인증기준(0.08g/㎞) 대비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20.8배로 높았다. 이는 지난해 임의설정이 발견된 폭스바겐의 티구안과 비슷한 수준이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홍동곤 과장은 "통상적으로 자동차를 외부온도 20℃에서 30분 주행시키면 엔진룸 흡기온도는 35℃ 이상 상승한다"며 "일반적인 운행조건인 엔진 흡기온도 35℃ 이상에서 배출가스 재순환장치의 작동을 중단시키도록 설정한 것은 정상적인 제어방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닛산 차량의 배출가스 임의조작 사실이 밝혀 진 것은 이번이 최초로,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단 환경부는 국내 시판된 캐시카이 유로6 모델 차량 814대를 전량 리콜하고, 판매정지 명령 및 과징금 3억3천만원을 부과할 방침을 정했다.
이와 함께 이달 중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청문절차를 거쳐 캐시카이 차량의 인증을 취소하고, 배출허용기준 위반과 제작차 인증위반으로 타케히코 키쿠치 한국닛산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닛산은 불법적인 조작은 없다고 전면 반박했다. 한국닛산 측은 "닛산 캐시카이는 유럽에서 유로6 인증을 충족했듯이 한국에서도 적법한 인증절차를 통과했다"면서 "EU 규제기관들 역시 그들이 조사한 닛산 차량에 배출가스 저감장치에 대한 임의설정을 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닛산은 과거는 물론 지금까지도 어떠한 차량에도 불법적인 조작 및 임의설정 장치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닛산은 환경부에 적극 협조하고, 이번 사안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숨 돌린 국내 완성차 업계…"개선책 마련해야"
이번에 환경부가 조사한 경유차 20개 차종 중 한국닛산의 캐시카이를 제외하고는 배출가스 실내 인증기준을 충족,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던 국내 완성차 업체 및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조사에서 실내 인증기준 대비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인증 기준 이내로 측정된 차는 BMW 520d 한 개 차종 뿐이었다.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스포티지, 한국GM 트랙스, 쌍용차 티볼리, 벤츠 E220, 재규어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FCA 지프 그랜드체로키, 폭스바겐 투아렉, 제타, 골프, 비틀 등 17개 차종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 대비 1.6~10.8배를 초과했다.
특히 르노삼성의 QM3의 경우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인증 기준 대비 17.0배로, 캐시카이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르노삼성은 배출가스 배출량을 현재 17배 대비 8배로 낮추는 등의 개선 대책을 올해 말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대림대학교 자동차 학과 김필수 교수는 "배출가스 조작 문제를 비롯해 연비 등 자동차업계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며 "각 지역별 인증 기준과 이를 좌우하는 각종 변수의 측정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각 브랜드들은 면밀하게 세계 시장의 흐름을 살피고, 내부적으로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시정 조치를 취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은기자 eun06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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