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기자] "2009년 기업회생절차 개시 당시 차갑게 식어갔던 자동차 공장에 다시 온기가 가득차고 있다. 과거의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혼신의 노력중이다. "
지난 20일 방문한 경기 평택시 칠괴동 소재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만난 송승기 생산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평택공장의 훈풍을 몰고 온 주인공은 지난해 1월 출시된 티볼리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티볼리는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지난해에만 6만3천693대가 판매됐다. 당초 목표였던 6만대를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티볼리는 지난해 10월 쌍용차 창사 이래 첫 한달 내수 판매 5천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티볼리의 흥행은 위기 끝에 찾아온 성공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판매부진으로 2009년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쌍용자동차는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2천600여 명을 감원해 노조와 충돌하기도 했다. 이후 2011년 인도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합병(M&A)되며 기업회생 절차가 종료됐다. 티볼리는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이후 생산된 첫 신차다.
◆티볼리 라인업, 쌍용차 부활의 신호탄
쌍용차 평택공장은 86만㎡ 규모의 공장부지에 프레스·차체·도장·조립공장이 각각 떨어져 있다. 각 공장이 일자로 연결된 형태와는 다른 구조다.
강상길 생산혁신팀장은 "공장이 협소해 각 공정과정이 일자가 아닌 U자 모양으로 위치해 있다"며 "한 공장에서 다른 공정으로 넘어갈 때는 컨베이어 벨트가 아니라 리프트로 차를 들어 이동시킨다"고 설명했다.
공정이 U자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동 통로를 중심으로 오른쪽과 왼쪽의 공정과정이 나뉜다. 예컨대 오른쪽 샤시라인에서 차체에 제동·조향·냉각 장치를 조립한 뒤 왼쪽 파이널라인에서 타이어를 장착하고 시동 및 검사 등 차량의 마무리 작업이 이뤄진다. 자동차 공정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구조다.
평택공장은 '티볼리' 맞춤형 공장으로 변화했다. 조립공장은 총 3개의 생산라인으로 구성되는데 모두 1교대로 운영됐으나 2014년 티볼리가 출시되며 조립1라인(코란도C·티볼리·티볼리에어생산)이 주야 2교대로 전환됐다. 조립2라인에선 체어맨W와 코란도 투리스모를 생산했지만 올해 1월부터 티볼리가 병행 생산되기 시작했다. 티볼리의 늘어난 물량을 맞추기 위해서다. 조립 3라인에선 코란도 스포츠, 렉스턴W, 액티언, 카이런이 만들어진다.
평택공장 전체 조업률은 58%지만 티볼리를 주력 생산하는 조립 1라인의 경우 조업률은 83%에 달한다. 쌍용차는 티볼리에 이어 매년 1개 이상의 신차 출시를 통해 향후 2018년 안에 공장 조업률을 10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티볼리 에어 판매량 '쑥쑥'…SUV 명가 잇는다
티볼리에 이어 올해 3월 출시된 준중형SUV 티볼리 에어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티볼리 에어는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계약 대수 5천대를 돌파했다. 올해 내수 판매 목표인 1만대의 절반을 넘어선 것.
무쏘·코란도·카이런·액티온 등을 앞세워 국내 SUV시장을 이끌어 온 쌍용차는 티볼리 브랜드로 SUV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송 본부장은 "티볼리 에어가 6월부터는 유럽에 본격적으로 출시될 것"이라며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엑스엘브이(XLV)'란 이름으로 티볼리 에어를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추세로 볼 때 올해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티볼리 브랜드가 9만5천대까지 판매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SUV 명가 재건을 위해 평택공장은 매우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용접 불꽃과 전동 드릴 소리 속에서 189.5초 만에 한 대씩 차가 완성된다. 근로자들도 수요일 저녁을 제외하곤 오전 8시 반부터 다음날 7시 반까지 쉼 없이 근무를 이어간다.
쌍용차에서 15년째 근무 중인 조립 1팀 김성진 기술주임은 "회사가 어려울 땐 주문 물량이 적어 근무시간의 절반을 계획정지(설비의 운전을 멈추는 것)하곤 했다"면서 "풀(full) 잔업 풀 특근을 하고 있지만 희망이 보이는 만큼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티볼리 생산을 위한 우리의 결의'라고 적힌 게시판이 공장 곳곳에 걸려있다. 게시판에는 '성공예감!', '반드시 성공하자' 등 작업자들의 손 글씨가 빼곡히 적혀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잔업, 특근 등 추가 근무를 통해 제품을 최대한 빨리 고객에게 인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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