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올해로 사업 개시 6년차를 맞은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계속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앞 다퉈 투자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자금 출혈이 크지만 이커머스 사업의 성장성이 높은 만큼 외부 자금을 끌어들여 사업 영역을 더 키워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3사는 오는 14일 일제히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다. 업계에서는 소셜커머스 3사의 지난해 적자 규모가 지난 2014년 1천752억원보다 약 4배 이상 증가한 7천억원, 최대 1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쿠팡은 2014년(1천215억원)보다 4배 정도 증가한 5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쿠팡이 그동안 무리한 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쿠팡맨 채용 규모를 늘리고 대규모 물류센터 구축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로 인해 올 초부터 '실적 악화설', '유동성 위기설'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쿠팡 측은 사업을 키우기 위한 선투자에 따른 계획된 적자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티몬과 위메프도 각각 1천억원에서 많게는 2천억원 이상의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은 물류 자동화 설비 마련 등 내부 시스템 구축과 최저가 상품을 늘리는데 자금을 사용하고, 위메프는 할인 쿠폰을 늘리는 등 마케팅 활동에 많은 비용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또 위메프의 자본총계는 지난해 -817억원, 티몬은 -87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유통업체와의 온라인 쇼핑 경쟁이 격화되면서 각 사의 마진이 축소된데다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면서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적자폭이 확대됐다"며 "각 사들은 소셜커머스 간의 경쟁이 아닌 오픈마켓, 홈쇼핑, 종합몰과의 본격 경쟁을 펼치기 위해 계속 투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수익성 악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과열 경쟁 덕분에 시장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소셜커머스 3사가 지난 2014년 거둔 매출은 총 6천903억 원으로, 전년(3천398억 원)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또 지난해 소셜커머스 거래액은 지난 2011년(7천900억원) 보다 10배 증가한 8조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소셜커머스 시장 규모도 급격하게 커졌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이 시장은 지난 2010년 500억원 수준에 그쳤으나 2011년 1조원, 2012년 1조700억원, 2013년 3조1천400억원, 2014년 4조8천100억원까지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커머스의 외형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마진을 줄이고 판매하는 전략을 내세우면서 인건비, 유지비 등의 비용이 늘어 손실은 급증하고 있다"며 "그룹을 통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수혈받는 대기업 유통업체들과 달리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재원 마련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외부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쿠팡은 지난 2014년 5월 미국 세쿼이어캐피탈로부터 1억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한 이후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 블랙록으로부터 3억달러를 투자 받았다. 또 작년 6월에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를 투자 받는 등 총 14억달러(약 1조6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티몬은 지난해 4월 사모펀드 KKR에 인수된 후 86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11일에는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4천만달러(약 47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티몬은 향후에도 투자 유치에 속도를 높여 미화 3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다양한 성장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위메프는 지난해 8월 넥슨 지주사인 NXC에서 제 3자 배정 신주 발행으로 1천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에는 모건스탤리를 주간사로 선정해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3천억원 규모의 자본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커머스들이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매출로만 충당하기에는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각 업체들이 오픈마켓 영역까지 규모를 키워가면서 외부에서도 성장성을 높게 보고 많이 투자하려고 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소셜커머스 업계의 성장성은 높지만 지나친 투자로 인해 적자 규모는 점차 늘어나고 있어 시장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며 "각 업체들의 사업 전략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올해도, 내년에도 적자 상태를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제는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홈쇼핑, 종합몰 등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이커머스 업계에 속한 모든 곳이 경쟁상대가 됐다"며 "오는 2020년에는 온라인 쇼핑 시장은 업태를 떠나 5개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각 업체들이 소셜커머스 시장 내 1등 경쟁은 이미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상태"라며 "이들은 앞으로 이커머스 업계 5위권 안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로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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