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20대 총선을 불과 28일 앞두고 각당의 공천이 마무리를 향해 가는 가운데 여야의 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여당은 관심이 쏠렸던 대구와 수도권 지역 공천 발표 결과 비박계와 유승민 계의 대량 학살로 마무리되면서 당초 총선 전략 중 하나였던 상향식 개혁 공천에 의한 정치 변화는 퇴색됐다. 오히려 역풍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관심은 유승민 의원이 낙천되느냐다.
정치계에서는 유 의원이 결국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당 정체성과 관련돼 심하게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들은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미 사전 정지 작업은 마무리된 상태다. 유 의원과 가까운 김희국(대구 중·남구) 류성걸(대구 동갑) 이종훈(경기 성남 분당갑)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이이재(강원 동해·삼척) 의원 등은 모두 공천에서 배제됐고, '김무성 공천 배제 녹취록' 파문을 일으킨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도 전격 컷오프 됐다.
유 의원이 낙천되면 인위적 물갈이론과 함께 새누리당 공천이 일부 계파의 배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역풍이 불 가능성이 크다.
유승민계 뿐 아니라 비박계의 좌장격인 서울은평을의 이재오 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서울 용산의 진영 의원이 탈락했고, 재선 인천시장 출신으로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돼 인천 맹주를 노리던 비박계 안상수 의원도 공천을 받지 못하는 등 비박계 주요 인사들도 대거 탈락했다.
친이계에 의한 친박계 공천 학살로 당시 박근혜 의원이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했던 18대 총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기대와 야권의 몰락으로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이 불과 81석, 자유선진당이 17석, 민주노동당 5석, 창조한국당 3석이었음에도 한나라당이 153석으로 간신히 과반 턱걸이 한 바 있다.
당시 공천 학살에 반발하며 나온 친박연대가 지역구 1석, 비례대표 8석으로 선전했고, 무소속도 25석이나 당선되기도 했던 무소속 돌풍 상황이 이번에도 반복될 수 있다.
여권이 공천 후폭풍에 휩싸여 있지만 야권도 유리한 구도가 결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갈라진 一여多야 구도가 끝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여야의 격차가 크지 않은 수도권에서 야권 분열로 여당 후보들이 승리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통합 제안 이후 크게 흔들렸던 국민의당도 통합 뿐 아니라 연대까지 거부하는 것으로 의견을 좁히고 있다. 연대파였던 천정배 공동대표마저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와의 면담 이후 사실상 입장을 접었다.
국민의당 2대 주주인 김한길 의원은 여전히 야권 연대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15일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눈뜬 사람 하나가 모든 진실을 말해준다는 말이 있다"며 "답답하다. 한달 뒤의 결과에 야권의 지도자들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해 힘을 잃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 역시 야권 연대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더민주는 김한길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에 전혜숙 전 의원, 박지원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에 조상기 후보, 김영환 의원 지역구인 경기 안산상록을에는 김철민 후보, 주승용 의원 지역구인 전남 여수을에는 백무현 후보를 각각 공천하며 연대 희망을 접었다.
김종인 대표는 1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미 연대 입장을 같이 한 정의당에 대해서도 "정의당과는 정체성이 다르다"며 "쉽게 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야 모두 총선이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의 내분이 분당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 상황이 조기 수습되면 4.13 총선에서는 비교적 새누리당이 유리한 구도를 형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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