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43년만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부활시킨 테러방지법(국민 보호와 공공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 2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장인 주호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수정안이다.
법안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하고 대테러활동에 관한 정책의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핵심 쟁점이 됐던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통신·금융정보 수집권은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국가정보원이 갖게 됐다.
다만 야당이 제기한 인권침해 우려와 관련해 국정원이 테러 조사 및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경우 사전 또는 사후에 국가테러대책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국가테러대책위원회 소속인 인권보호관 1명도 대테러활동으로 인한 인권침해 여부를 감시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 법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자 국회법에 규정된 필리버스터를 활용,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는 등 강력 반발했다. 39명의 의원들이 국정원의 권한 남용에 따른 인권 침해 우려를 제기하며 192시간 넘게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테러행위에 대한 예방 및 대응활동에 대해서만 법 적용 ▲국회에서 추천한 인권보호관 신설 ▲테러단체 지정 및 해제사유의 구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의 수정안은 본회의에서 가장 먼저 표결에 부쳐졌다. 같은 당 김광진 의원은 찬성토론에 나서 "국민 인권 침해를 막 위해 수정안에 찬성해 달라"고 강조했고,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반대토론을 통해 "무제한 감청, 계좌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은 괴담"이라고 반박했다.
표결에 나선 이 원내대표의 수정안은 재석 263명 가운데 찬성 107표 반대 156표로 부결됐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당론에 따라 대거 반대표를 던진 탓이다.
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곧바로 표결에 부쳐진 주 의원 대표발의 수정안은 재석 157명 가운데 찬성 156표, 반대 1표로 가결됐다.
한편 테러방지법 표결에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새누리당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발언을 하면서 야당 의석에서 고성이 터져나오는 등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 의장은 "필리버스터에서 많은 의원들이 이 법에 대해 무제한 감청 허용법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테러 혐의자가 아닌 사람들의 금융정보를 마구잡이로 본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다 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발언을 황급히 종료해야 했다.
정 의장은 "아무쪼록 19대 국회의 마지막이라도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국회가 되기를 소망한다"면서 "국정원은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혁신 노력을 분명히 밝혀 이 정국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여야 모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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