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LG전자에 청소기 허위 광고 금지 소송을 당했던 영국 다이슨이 국내에서 무선 청소기 비교 시연 행사를 가진 가운데 일각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비교 시연에서 100만원대 자사 제품과 20만원대 LG 청소기 성능을 비교한 때문. 이 탓에 다이슨의 타깃이 고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국내 가전 업체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이슨은 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무선 청소기 성능 비교 시연회를 열었다. 이날 다이슨은 자사의 청소기가 'V6 플러피 헤파'라고 공개했을 뿐 비교 제품의 브랜드와 모델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이슨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표방, 비교 대상 청소기의 브랜드명을 가렸지만, 이들 제품이 LG전자와 일렉트로룩스의 무선 청소기라는 것을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다이슨 그라함 도널드 엔지니어는 "이번 비교 시연은 브랜드 별 제품 비교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다이슨 무선청소기의 우수성을 적극 알리고자 마련됐다"며 "비교 제품의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할 수없지만, 다이슨 청소기와 비슷한 카테고리에 묶일 수 있는 최신 인기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다이슨은 틈이 있는 3개의 플라스틱 판에 각각 베이킹 소다를 뿌려 먼지 있는 마룻바닥 환경을 만들고, 이를 다이슨, LG전자, 일렉트로룩스 청소기로 흡입하는 식의 시연을 보여줬다.
예상대로 다이슨 청소기는 베이킹 소다를 말끔하게 흡입한 반면, LG전자와 일렉트로룩스 무선 청소기는 하얀 가루를 남겼다.
문제는 이날 시연에 동원된 청소기별 가격과 성능차가 크다는 점. 다이슨 청소기는 2억5천만파운드(약 4천300억원)를 투자해 개발된 자체 모터를 탑재한 100만원대 청소기인 반면 LG전자의 경우 일반 모터가 탑재된 20만원대 코드제로 핸디스틱청소기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업계 관계자는 "100만원대 제품과 20만원대 제품을 동등 비교하는 등 객관성이 매우 결여된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며 "표시광고법 혹은 공정거래법에 위배되는지 검토해볼 수 있을 정도로 시연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다이슨은 미국의 독립기관에 의뢰했다며 자사와 다른 회사의 청소기의 흡입력을 비교한 수치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다이슨은 딱딱한 바닥의 먼지 제거율이 90%가 넘지만, 다른 회사 청소기는 80%를 넘지 못했다. 특히 틈이 있는 딱딱한 바닥의 먼지 제거율은 경쟁사 청소기의 경우 30%도 넘지 못한 반면 다이슨 청소기는 100%를 웃돌았다. 틈 주변의 먼지까지 빨아들여 100%를 넘겼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다이슨은 이 조사기관이 구체적으로 어디인 지, 비교된 제품의 회사명 역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다이슨의 비교 시연이 경쟁사인 LG전자를 의식했다는 지적도 있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무선 청소기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나선 상태다.
특히 다이슨은 고가 시장을 점령한 글로벌 청소기 1위 업체지만 그동안 경쟁사를 겨냥한 소송전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2013년 삼성전자의 모션싱크 청소기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철회했고, 지난해엔 독일의 지멘스와 보시가 청소기의 전력 소비량을 속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호주에서는 허위 광고가 문제가 돼 이후 이를 삭제하기도 했다.
다이슨은 삼성과 LG의 텃밭인 국내 시장 공략에도 남다른 자신감과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이슨 관계자는 " 지난해 다이슨 무선청소기에 대한 한국 시장 수요가 400% 이상 성장 했다"며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두 배 이상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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