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중국 전자업체들이 홈그라운드인 중국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건다.
중국 경제가 침체되고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현지 스마트폰, 가전 업체들이 해외 판매 비중을 높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것.
특히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고, 가전업체 하이얼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을 인수하면서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공세를 강화할 조짐이다.
이들 업체의 '탈 중국' 움직임이 얼마나 위협적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삼성전자, LG전자의 전략 기지까지 중국 업체들이 넘보면서 국내 전자업계에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20일 중국 국가 통계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6.9%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GDP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90년 이후 25년만에 처음이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6%에서 2011년부터 하락세를 보이면서 2014년엔 7.3%까지 떨어졌고, 지난해엔 7%선마저 무너진 셈이다.
내수 시장을 장악하며 몸집을 키워온 중국 기업들로서는 이 같은 자국 경기 침체는 앞으로 텃밭을 벗어나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둬야하는 전략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을 주도해 온 중국 시장 성장률은 올해 7%, 내년 3%로 꺾일 것으로 예상됐다.
또 대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판매될 스마트폰 2대 중 1대는 중국 제조사 폰으로 예상됐으나 이들 대부분은 중국내 물량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화웨이, ZTE 정도를 제외하고 중국 제조사 중 스마트폰 해외 판매 비중이 40%가 넘는 회사는 없다. 샤오미는 내수 판매 비중이 90%가 넘을 정도다.
이에따라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중국을 벗어나 인도, 동남아 등 신흥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중국 시장 성장은 꺽인 반면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는 내년까지 20%에 가까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3위로 부상한 화웨이는 고가 스마트폰 판매 비중이 높은 북미나 유럽 같은 선진 시장 공략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또SA에 따르면 중국 TCL도 '알카텔원터치' 브랜드로 해외 판매량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TCL은 지난 2004년 프랑스 기업 알카텔루슨트의 모바일 사업을 인수해 '알카텔원터치'란 이름의 스마트폰을 판매중이다.
TCL은 경쟁사의 저가 공세로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중국 외 지역에선 'TCL'이란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인수한 '알카텔' 브랜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SA는 "TCL은 알카텔 브랜드로 온라인 채널을 활용, 중저가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며 "TCL이 중국 외 지역에선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알카텔 브랜드로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전략은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화웨이도 올 초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화웨이워치, 넥서스6P, 메이트8 등을 공개하고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레노버, 샤오미 등은 10만원대 저가폰으로 인도나 동남아 같은 신흥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굴기? 스마트폰에서 가전까지 영토 확장
중국 가전 업체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최근 중국 하이얼의 미국 GE 가전사업 인수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하이얼은 중국 시장 판매량에 힘입어 백색가전 1위를 강조해왔지만 매출은 월풀(연매출 20조원대)에, 브랜드 파워는 유럽 가전업체나 삼성, LG 등 국내 전자업체에 밀리는 상황이다. 생활가전업계가 낮은 성장률에 적자생존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하이얼도 인수합병(M&A)을 통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 조성은 연구원은 "지난 수년간 중국의 제조업 강화를 위한 인수 및 기술 제휴 등은 익숙한 현실"이라며 "하이얼의 이번 인수 자체도 예상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계 5위권 TV업체 하이센스도 이번 CES에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이센스는 "탁월한 성능과 가격경쟁력을 높인 TV를 미국 시장에 지속 출시하겠다"며 "고객 중심의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자신했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 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중국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파상공세에 나서면 이를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국 제조사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판매량으로는 아직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 휴대폰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가전도 기존 월풀, 일렉트로룩스 등 기존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앞으로 중국에 이어 미국으로 입지를 넓힌 하이얼까지 상대해야할 판이다.
LG전자 가전사업을 이끌고 있는 조성진 사장은 "중국 업체들이 내수 경기가 안 좋아지다보니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들이 염가형 제품을 적극 출시해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이를 우려했다.
◆중국, 단통법 수혜 입고 韓 시장 공략도 강화
여기에 삼성, LG의 텃밭인 국내 시장도 중국 기업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낮아지는 모양새다. 특히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지원이 제한되면서 저가폰을 찾는 고객을 겨냥한 화웨이, TCL 등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 출시가 활기를 띠고 있다.
샤오미는 공식적으로 국내에 진출하지 않았는데도 직구 등을 통해 국내 보조배터리 시장 70%를 장악했다.
최근 하이얼은 가격이 삼성, LG TV 절반 수준인 '무카'라는 브랜드 TV를 국내에 출시하기로 했다. 하이얼은 그동안 삼성,LG의 아성이 견고해 국내에선 숙박업체와 같은 일부 기업간거래(B2B) 시장에 집중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을 위해서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려야하는데, 중국 업체들이 가격 공세를 강화하면서 점유율 방어도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 업체들이 자국 시장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이들이 우리 업체의 경쟁력을 흔들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