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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현] 로봇들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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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에서는 3개의 로봇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보통신부 로봇, 산업자원부 로봇, 과학기술부 로봇이 그들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로봇끼리 싸움이라기보다는 로봇을 만드는 사람들의 싸움이다.

참여정부 들어 이른바 '신성장 동력 아이템'을 놓고 3개 부처가 주도권 다툼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과정에서 마지막에 남은 분야가 '로봇', '디스플에이', '디지털 TV', '텔레메틱스' 등 4가지다. 이중 표면적으로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분야가 로봇이다.

로봇전쟁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산자부는 2001년부터 이미 로봇을 개발 해왔기 때문에 정통부가 뒤늦게 참여한 것이라고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5년을 목표로 국책과제로 개발중이라는 것이다.

산자부 실무 담당자들은 "정통부가 무엇을 하겠다는지, 왜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 한 서기관은 "청와대가 진대제 장관을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발령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은 오래 전부터 로봇을 개발해온 삼성전자 출신의 진 장관이 정통부에 취임하면서 들고나온 아이템이 '지능형 로봇'이라는 점에서 일견 설득력이 있다.

한편, 과기부도 이른바 '프론티어'사업으로 '생활지원지능로봇기술사업'을 시작했다.

다만 과기부 담당자는 "3개 부처의 각개전투식 개발은 조율만 잘 된다면 일반인들로 하여금 로봇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애써 의미 부여를 했다. 그는 또 "과기부는 노인생활 대체용 로봇 개발이 주 타깃이어서 중복의 여지가 적다"고 설명했다.

정통부는 지난 3월2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처음으로 '지능형 로봇'을 들고 나왔다. 정통부가 이른바 신성장동력 아이템으로 '지능형 로봇'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로봇'을 개발해 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삼성 출신인 진대제 장관의 보고에 '야릇한' 시선이 모아졌다.

결국 국회에서조차 "왜 정통부가 로봇을 개발하려느냐"는 질책이 있었다.

그러나 정통부는 "이미 지능형 로봇을 포함해 9대 신성장 동력 아이템에 대한 세부준비가 끝났고 정통부는 이를 추진할 자금도 갖고 있다"면서 산자부와 과기부의 문제제기를 일축하고 있는 분위기다.

3개 부처간의 알력은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주제 회의에서도 조율되지 못하고 있다.

30일에도 3개 부처 차관들이 모여 의견조율을 벌였으나 매듭을 짓지 못하고 1일 장관회의로 안건을 넘겼다.

속담에 '꿩잡는 게 매'라는 말이 있다. 5~10년 후 우리나라가 잘 살 수 있도록만 한다면 그 주체가 정통부가 됐든, 산자부나 과기부가 됐든 문제 삼을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원의 적재적소 배분이 경제의 제1의 원칙이라면 현재 3개 부처간의 싸움은 시급히 조율돼야 한다.

다만 조율과정에서 힘의 논리, 명분의 논리가 작용해서는 안된다. 미래의 기술변화를 바탕으로 꼼꼼하게 따져보고 정말로 '누가' 하는 게 좋은지, 어떻게 업무 배분을 하는 게 좋은지 결정해야 한다.

필요하면 부처간 조직개편을 통해서라도 실질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미 로봇 분야에서 저만치 앞서 있는 일본이나 미국이 요즘 국내 3개 부처가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하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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