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대회가 임박했지만 선수들이 뛸 경기장이 없다. 20대 총선 이야기다. 예비후보 등록일이 나흘 앞으로 바짝 다가왔음에도 여야의 선거구 획정 논의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현행 3:1에서 2:1로 조정하도록 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인구 상한 초과나 하한 미달로 조정 대상에 포함된 선거구 숫자는 무려 60여곳에 달한다. 여기에 조정 대상 선거구와 인접해 있어 영향을 받는 선거구까지 더하면 대대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
만약 오는 15일까지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으면 조정 대상 선거구 출마자들은 예비후보 등록을 못하거나 일단 등록한 경우라도 선거구가 최종 확정된 뒤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선거구 획정이 해를 넘길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현재 선거구가 위헌이 돼 모두 사라지고, 예비후보자들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난감한 쪽은 정치 신인이나 원외 인사들이다. 현역 의원들은 의정보고 등을 통해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지속적으로 해 왔지만, 이들은 예비후보 등록을 해야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선거구 획정 합의에 번번이 실패하는 여야를 향해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례성 강화 이견 여전…15일 마지노선 지킬 수 있나
여야는 현재 국회의원 정수 300석을 유지하고 농어촌 지역 대표성 확보를 위해 지역구를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를 줄인다는 큰 틀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야당이 비례성 강화 방안으로 요구한 '균형의석제'를 놓고 여야 간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균형의석제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부분 적용하는 것으로, 정당 득표율의 50%를 의석수에 반영토록 하는 게 골자다. 예를 들어 A 정당이 1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면 득표율의 50%, 즉 5%의 의석(300석 중 15석)을 보장해 주는 방식이다. A 정당이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10명을 당선시켰다면 이 제도를 통해 비례대표 5석을 추가로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균형의석제 도입이 전제돼야 비례대표 축소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대통령제 하에서는 도입이 불가능한 제도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자당에 유리한 선거 제도 도입을 전제조건으로 (협상에) 임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100m 달리기를 하는데 10m 앞에서 뛰겠다는 억지 주장은 거두라"고 촉구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내일 협상이 결렬되면 모든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며 "정의화 국회의장 '특단의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뜻을 존중한다. 더 이상 대안 없는 야당에 끌려다니지 말고 선거구 획정 대반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 의장은 전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가 15일까지 선거구 획정 문제를 결론짓지 못하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이 언급한 '특단의 조치'에 대해 정 의장은 이날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법보단 상식에 준해 조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또 별도의 중재안을 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이 워낙 완강해 오는 12일 선거구 획정 논의를 위해 열리는 여야 대표·원내대표 회동에서도 합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결국 15일 예비후보 등록일도 넘길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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