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후 손익분기점 도달까지 4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금융당국은 오는 12월 중으로 3개 컨소시엄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예비인가 심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2016년 상반기 본인가를 거치면 2016년 하반기에는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이 사업을 시작할 전망이다.
26일 현대증권의 구경회 애널리스트는 "오는 2016년 하반기에 자본금 3천억원(가정)으로 시작할 인터넷전문은행의 손익분기점은 4년 후인 2020년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이익잉여금이 쌓여서 누적결손을 탈피하는 시기는 설립 8년 후인 2024년경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익 추정을 위해 영업수익(신규 대출취급액, 순이자마진(NIM), 대출구성, 증가율, 비이자항목), 비용(조직운영 및 전산에 필요한 판관비, 대손비용), 재무지표(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등 은행 규제사항 준수여부) 등을 살펴 계산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은 모두 개인대출로 잡았으며, 신규영업의 65%는 중금리대출, 32% 저금리대출, 3%는 주택담보대출로 추산했다. 수익 추정에 적용한 금리는 저금리대출 7.0%, 중금리대출 13.0%, 주택담보대출 3.0%를 각각 가정했다. 일부 예상되는 소규모 개인사업자(SOHO) 신용대출은 편의상 개인 저금리대출에 포함해 잡았다.
구 애널리스트는 인터넷전문은행의 2년차 신규영업 예상치를 1조 160억원으로 봤는데, 이는 2금융권 개인신용대출에서 3.2%의 시장을 점유한 것으로 가정한 수치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빠른 성장을 원한다면 약간의 신용위험 추가 부담을 하면 되지만, 그동안 개인신용대출, 특히 중금리 대출시장에서는 빠른 성장을 달성한 후 몇 년 뒤 후유증(대손충당금)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며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3.2%의 점유율을 추정했다는 설명이다.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잔액은 오는 2019년말이면 1조1천260억원까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핵심상품인 중금리 신용대출이 보통 거치식이 아닌 원리금 분할상환방식을 택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원리금 분할상환은 일시불로 대출을 받고 그 금액을 약속된 기간(보통 12~24개월) 동안 일정 금액(원금+이자)을 갚는 방식이다.
◆신설 인터넷은행, 예금 모으기 만만찮을 것
예금잔액은 2019년말 1조1천600억원선으로 추산했다.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 100%를 넘어선 안되는 은행권의 규제를 감안한 것이다.
구 애널리스트는 "인터넷전문은행에는 이보다 보수적인 예대율 97~98%를 가정했는데, 신설 인터넷은행은 예금 늘리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설립 초기여서 신용도가 낮은 만큼 예금자들이 원금보장 예금보험 한도인 5천만원 미만의 자금만 맡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예금자산은 인터넷에 서툰 고연령층이 많이 보유하고 있어 이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에 불리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자이익은 양호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금리 시장을 노리는 만큼 대출금리가 높을 전망이어서 순이자마진(NIM)이 7%대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2%를 밑도는 기존 국내 은행들이 NIM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구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의 비이자이익은 특정 수익모델이 없는 한 적자로 예상했다. 일반 은행들이 내는 각종 비용(예금보험료, 주택기금신보료 등)이 똑같이 필요하고, 인터넷 기반의 후발주자라는 특성상 고객으로부터 각종 수수료를 받기도 어려우며, 게다가 인력부족 및 유동성의 문제로 유가증권운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 중금리대출의 20%는 모집인을 통해 취급될 것으로 보여 모집인 수수료(비이자비용)도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이 특정 수익원을 잘 확보한다면 비이자이익이 적자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은행업은 '규모의 경제' 작용…비용효율성까지 10년은 걸려
구 애널리스트는 "은행업은 자산규모가 일정 수준 필요한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산업"이라며 "인터넷 전문은행이 비용 효율성을 이루려면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은행업은 신용위험 관리 및 감독당국 규제, 소비자보호 관련 직원 등이 필요한 노동집약적인 성격이 있어 최소한 220명의 인원은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이를 염두에 둔 인건비(1인당 인건비 평균 7천만원 가정. 은행과 2금융권 중간 수준)와 전산투자비(350억원. 지방은행의 60~70% 수준), 마케팅비용 등을 감안하면 1년차 판관비는 340억원, 영업이 본격화되는 2~5년차에는 연 470억~570억원이 들 것으로 봤다. 전산투자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6년차부터는 판관비가 600억원대 중반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다.
구 애널리스트는 "클라우드컴퓨팅 기반의 IT시설을 구축할 경우 현 예상 전산비용의 3분의 2 이하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법 등 관련 규정에 전산체계 및 물적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부분이 있으며 금융회사는 개인고객의 금융거래정보처리 위탁시 금감원에 사전보고를 해야 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향후 규제와 제도가 바뀌는 추이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케팅과 일반관리비로는 연 150~16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신규 진입자 입장에서 마케팅 비가 적잖을 것이란 시각이다. 온라인증권사인 키움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사례를 봐도 초기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성과를 갈랐다는 설명이다.
구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여러 가지 요인들을 감안할 때, 설립 초기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의 비용 효율성은 기존 은행들을 앞서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초기에 영업이 순탄하게 흘러갈 경우 총영업이익경비율(C/I Ratio)이 오는 2021년 경에는 기존은행들(2014년 53%)과 비슷한 55%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 이후에는 무점포 사업모델의 장점이 발휘되면서 설립 10년 후에는 40%대의 C/I Ratio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다만, 설립 후 10년이 지난 일본 인터넷은행들의 C/I Ratio가 업종 평균을 하회하고 있어 모든 것이 이론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설립 초기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나중에 추가 비용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구 애널리스트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잊어서는 안될 부분으로 ▲ 경쟁 상대가 IT인프라 규모가 10배 이상인 거대 은행들이며 ▲중금리대출 시장은 '고위험-고수익-무한경쟁' 시장이라는 점 ▲초반에는 비용감축이 핵심이 아니라는 것 ▲은행업 특유의 규제와 제도를 알고 접근해야 하고 ▲비이자영업에서 자신만의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 등을 강조했다.
이밖에 벤치마크할 만한 일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사례로는 세븐뱅크나 소니뱅크보다는 유통업체와 결합해 양호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라쿠텐뱅크 모델이 유망하다고 소개했다. 또한 국내 온라인 금융사 중에는 키움증권 사례도 살펴볼 만하다고 전했다.
구 애널리스트는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은 핵심사업인 이자이익 외에도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관심 둘 만한 비이자 수익원으로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판매 ▲편의점과의 제휴를 통한 자동현금입출금기(ATM) 수수료 창출 ▲크라우드 펀딩, 개인간(P2P) 대출 중개 등을 제시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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