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훈기자]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차기 시장인 자동차 전장부품에서 격돌한다. 기존 주력사업인 스마트폰 부문 성장이 둔화되면서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전장부품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
삼성전기는 사업역량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LG이노텍은 LG전자의 VC사업부 등 그룹 차원에서 전장부품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향후 양측의 주도권 다툼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M&A를 검토하거나 자율주행자동차 시장 등 사업 확대를 예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 업체는 그동안 주력사업이던 카메라 및 통신 모듈 등 관련 실적이 스마트폰 시장 성장둔화로 동반감소하면서 신성장 동력 마련이 시급한 상태. 날로 확대되는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이 그 대안 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 삼성전기 실적개선 성공, 전장부품사업 박차
삼성전기는 3분기 시장기대를 웃도는 매출 1조 6천95억 원, 영업이익 1천15억 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8.3%, 전분기 대비 0.45% 늘었고, 영업이익도 전분기 대비 8% 증가한데 이어 전년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전체 매출 비중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디지털모듈(DM)사업부의 매출은 전분기 대비 9% 줄어든 6천681억 원에 그쳤다.
그나마 칩 부품(LCR)과 기판(ACI) 사업부가 각각 전분기 대비 7%와 5% 늘어난 매출 5천428억 원, 3천946억 원을 올리면서 이를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주력 사업 성장이 둔화되면서 이를 대신할 신사업 등 수익성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3분기 DM사업부의 전체 매출 비중은 41.51%로, 전분기 45.91% 대비 4.4%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전략 거래선향 하이엔드 카메라 모듈 수요가 줄어든 탓으로, 3분기 카메라 모듈 사업은 보급형에 탑재되는 1천300만 화소급 카메라 모듈을 중심으로 공급이 늘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는 DM사업부와 LCR 사업부에서 생산 중인 카메라 모듈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을 활용한 전장부품 라인업을 확대, 성장 및 수익성 개선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차량용 MLCC는 이미 글로벌 주요 부품 업체에 공급을 개시했고, 차량용 카메라 모듈은 미국·유럽의 주요 업체들과 HD급 후방 카메라 모듈을 개발 중이다.
또 차량용 MLCC는 자동차의 동력전달계(파워트레인) 전자제어장치(ECU)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에서 순간적으로 큰 전류를 공급하거나 노이즈를 제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차량 한대에만 약 3천개 이상의 MLCC가 탑재되는데, 고신뢰성을 갖춰야하는 만큼 단가가 높아 수익성 제고에 이점이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기판, MLCC, 통신 모듈, 카메라 센서 등에서 축적한 기술을 활용, 이를 자동차 부품에 적용해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며, "(전장부품용 HD급 카메라 모듈은) 내년 상·하반기가 되면 의미있는 성과를 달성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업 강화를 위해 M&A 등도 적극 검토중이다.
삼성전기 권영노 경영지원실장은 최근 컨퍼런스 콜에서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 강화를 위해)M&A등 모든 방법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동소자부터 기판, 모듈 등 특이한 부품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 이를 잘 융합하고 통합해 만들어낼 수 있는 신사업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평가도 긍정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기가 전장부품 사업에서 향후 의미있는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 김혜용 연구원은 "내년부터 차량용 부문에서 의미 있는 매출 성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3분기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3천억 원 수준으로 투자여력이 있어 M&A를 통한 성장 가능성도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 LG이노텍, 차별화 제품군 강화로 적극 공략
LG이노텍도 LG전자의 VC사업부와 협력해 모터부터 센서, 통신, 카메라, 무선충전, 복합모듈 등의 차별화 제품군으로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주력 사업인 광학솔루션(카메라 모듈) 사업 부문에서 수익성을 확보한데다 전장부품 사업에서도 차량용 모터 센서 및 통신 모듈의 판매 증가로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는 게 회사측 판단이다.
실제로 LG이노텍은 3분기 매출 1조 5천588억 원, 영업이익 607억 원을 올렸다. 전체 규모는 삼성전기에 비해 떨어지지만 주력 사업인 광학솔루션(카메라 모듈) 및 전장 부품 부문에서는 의미있는 수익성 개선을 이뤘다는 평가다.
3분기 광학솔루션 사업 부문에서는 애플향 1천200만 화소 카메라 모듈 공급으로 전분기 대비 10% 증가한 7천74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전장부품 역시 조향·제동용 모터와 센서의 신모델 양산과 통신 모듈 판매확대로 전분기 대비 5% 증가한 1천63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특히, 전장부품과 관련해 최근 미국 GM(제네럴 모터스)과 차세대 전기차 핵심 부품을 개발·공급하는 계약을 체결, 지속적인 매출 성장도 기대된다.
앞으로 LG이노텍이 LG전자의 VC사업부와 GM에 공급하게 될 제품군은 전기차용 배터리 제어 시스템(BMS)과 직류(DC)-DC 컨버터, 전기차 충전용 전력선통신(PLC) 모듈 등이 꼽힌다. 이는 GM의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 EV'에 탑재될 예정이다.
LG이노텍은 "차량용 모터 센서·통신모듈의 판매 증가와 차량용 무선충전모듈 등 제품 라인업 확대로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졌다"며 "4분기부터 모터, 센서, 통신 모듈, 카메라 등 주요 제품의 매출 증가세를 유지하고 수주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도 LG이노텍이 전장부품 사업에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4분기에는 거래선 신차 판매 확대로 전분기 대비 늘어난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동부증권 권성률 연구원은 "카메라 모듈이 주력사업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고, 차량부품은 4분기 큰 폭의 신규 수주와 향후 매출 증가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3분기 누적 신규 수주액이 1조 7천억 원인데, 4분기에는 1조원 이상의 신규 수주로 연간 신규 수주액이 당초 목표인 2조 5천억 원을 상회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LG이노텍은 오는 2020년께 본격 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자동차 시장 대비에도 나선 상태다.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D)용 무선차량통신(V2X)과 스마트카용 자동위치 및 거리측정기(RADAR) 등 복합모듈 제품군의 기술개발 역량 강화를 본격화 하고 나선 것.
이는 자율주행자동차에 필수 부품들로, LG이노텍은 현재 글로벌 주요 부품업체들을 통해 구글 등과 협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태훈기자 flam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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